[수도권/메트로엿보기]소나무에 갇힌(?) 흥인지문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4분


흥인지문이 녹지광장 조성을 위해 심은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홍진환 기자
흥인지문이 녹지광장 조성을 위해 심은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홍진환 기자
《동아일보는 서울시와 수도권의 다양한 사업과 인물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메트로 엿보기 코너를 신설합니다. 이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숨겨진 다채로운 이면(裏面)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지광장 조성하려 심은 나무 되레 조망 방해

퇴근하는 길에는 버스를 이용하곤 합니다. 버스 노선이 종로를 지나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을 지나가는데 잠에 곯아떨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흥인지문을 관찰하게 됩니다.

요즘 흥인지문에서는 녹지광장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보물 1호 흥인지문을 더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서울시가 42억 원을 투입해 흥인지문 근처에 녹지 광장과 포토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했거든요. 10m가 넘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도 흥인지문 정면과 후면에 심어졌습니다. 소나무 50그루에만 3억9000여만 원의 예산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나무가 너무 쭉쭉 뻗어서일까요? 흥인지문이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에 갇혀 이제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 됐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는지 “소나무 때문에 운전 중에 흥인지문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는 시민의 제보도 들어왔습니다.

흥인지문 녹지조성 공사의 설계를 담당한 서울시 측에 물었더니 “소나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잎이 위쪽에만 있어 운전 중에 조망하기에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다 감안하고 설계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버스를 타고 또 걸어가면서도 봤지만 소나무 때문에 흥인지문을 구경할 수 없어 아주 답답했습니다. 소나무가 조금만 작았다면 좋았을 텐데….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조성한 녹지광장의 나무들이 오히려 흥인지문을 조망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허투루 돈을 쓰는 게 아닐까요.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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