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학술원 회원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국내 동양철학 최고 권위자

학술원 회원이자 국내 동양철학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대만의 국립대만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원화(文化)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국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2년 원화대 철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해 대구 경북대와 계명대 교수를 거쳐 1970∼1996년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인은 대기만성형 학자였다. 강원 원주농고를 졸업하고 6·25전쟁 참전을 비롯해 7년여의 군복무를 마친 뒤 뒤늦게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일찍이 노장 사상에 심취해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 중국 철학의 대가인 국립대만대 팡둥메이(方東美) 교수를 사사했다.

불혹 때 첫 책 ‘시공여인생(時空與人生)’을 냈을 때 팡 교수에게 “너무 이르다. 예순은 넘겨서 쓰라”는 꾸짖음을 듣고 교직에 있는 동안 저술보다 공부와 강의에 주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의 중국 유학 및 노장 철학을 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남명 사상을 재조명하는 데 앞장섰다.

제자인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유가 도가 불교 등 동양사상을 두루 섭렵하신 독보적인 분”이라며 “앞으로 동양철학계에 선생님 같은 분은 나오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평가”라고 말했다.

고려대 대학원장을 지냈고 1996년 정년퇴직한 뒤 고향인 강원 원주시 문막읍에 칩거하면서 저술 활동에 전념했다. ‘유가의 윤리’ ‘중국철학산고’ ‘고려유학사상사’ ‘남명학연구’ ‘유가윤리강의’ ‘한국유학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다. 1996년 문화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2004년 재단법인 인촌기념회(仁村紀念會)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한 인촌상(인문사회문학 부문)을 받았다. 인촌상을 받는 자리에서 고인은 “평생 공부만 했지만 고관대작이나 재벌이 된다 해도 맛볼 수 없는 희열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순 씨와 장녀 현연(서양화가) 씨, 차녀 선연(미국 공인회계사) 씨, 3녀 주연 씨, 장남 정일(한국외국어대 강사) 씨, 차남 득일(음악가) 씨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7일 오전 9시. 02-921-9499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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