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불꽃축제주역 한화 손무열 상무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8시 20분


코멘트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를 진두지휘한 한화 연화사업팀 손무열 상무는 불꽃이 터지는 순간 들려오는 수십만 인파의 탄성에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불꽃 전문가다. 원대연기자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를 진두지휘한 한화 연화사업팀 손무열 상무는 불꽃이 터지는 순간 들려오는 수십만 인파의 탄성에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불꽃 전문가다. 원대연기자
“20∼30분 동안의 불꽃축제를 위해 사나흘은 꼬박 날밤을 새웁니다. 하지만 구름처럼 많은 시민들이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피로는 싹 사라지고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가을밤 서울 도심의 명물로 자리 잡은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진두지휘한 한화㈜ 연화사업부 손무열 상무(45·인천 부평구 산곡동)는 불꽃을 다룬 경력만 22년째인 자타가 공인하는 ‘불꽃 전문가’다.

그가 기획하고 지휘하는 국내 불꽃축제는 1년에 100∼200개. 국내 전체 불꽃축제의 절반 이상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불꽃을 피우는 ‘연화(煙火)’는 높이 올라가서 수를 놓는 ‘타상연화(打上煙火)’와 지상 50∼60m 높이에서 터지면서 올라가는 ‘장치연화(裝置煙火)’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대개 모양은 공처럼 둥글며, 크기는 지름 7.5∼30cm로 다양하다. 흔히 사용되는 연화는 12.5cm로 개당 가격은 1만8000∼2만원이다. 가장 비싼 것은 6000만원에 이른다.

손 상무는 “지름 30cm 정도인 큰 연화는 지상에서 높이 250∼300m까지 올라간 뒤 터지며 ‘개화(開花)’ 지름이 200m나 된다”며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거리를 최소한 반지름 300m는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열린 불꽃축제 때 한강에 띄워 놓은 바지선에서 연화를 발사한 이유도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불꽃이 국화 나비 등의 아름다운 동식물 모양으로 터지는 것은 종이로 둥글게 만든 연화 외피 속에 100∼1000개의 동그란 화약이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가도록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손 상무가 불꽃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 한화그룹에 입사하면서부터. 처음 배치 받은 부서가 한화 인천공장 연화팀이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연화는 400여가지. 쇼 프로그램 등에 자주 등장하는 분수처럼 쏟아지는 불꽃도 손 상무가 1987년 개발해 특허를 낸 것이다.

손 상무는 “불꽃축제는 대부분 휴일에 열리기 때문에 가족들과 주말 나들이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불꽃에 미쳐 신명이 나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든 업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꽃놀이는 많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유럽, 캐나다 등 유명 휴양지에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서울세계불꽃축제도 단순히 불꽃놀이로 끝내지 말고 관광패키지, 캐릭터 개발 등으로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손 상무는 “최근엔 음악과 어울려 불꽃을 선보이는 것이 추세”라며 “앞으로 조명, 레이저 영상 등이 복합된 예술 불꽃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화약 발명국인 중국에 진출해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이나 2010년 상하이(上海) 엑스포의 불꽃행사를 지휘해 보는 게 그의 요즘 희망이자 목표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