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서울대 면접 사실상 '지필고사'…개념정리 잘 해둬야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48분


“3곳의 방을 돌면서 1시간 정도 면접을 치렀는데 수학과 물리 문제가 까다로워서 혼났습니다. 올해 전공면접이 더 강화된다는데 후배들이 수능준비만 열심히 해서는 자칫 큰 코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고사 부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서울대 면접을 치른 전기공학부 지원자 A군의 소감이다. 올 서울대 심층면접은 2002학년도 본격 도입에 앞서 시험적으로 진행됐다. 수능시험만으로 평가하는 대신 다양한 측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측의 의지에 따라 입시에서 면접비중이 커지자 서울대수험생은 물론 다른 대학들도 서울대 면접에 주목하고 있다. ‘고약한’ 문제를 놓고 당황했던 수험생들의 경험담과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소개한다.

대기실에 지원자가 모두 모여 면접 순번표를 뽑은 뒤 기초소양과 전공소양 면접을 한명씩 차례로 치른 것은 전 계열 공통절차. 기초소양 면접은 전공과 무관하게 사회적 이슈가 주로 다뤄졌다. 모두 10개의 질문지 가운데 2개를 뽑고 그 중 하나를 골라 10분간 답변을 생각한 뒤 면접실에 들어가 2명의 교수 앞에서 5분간 설명하는 방식.

서울대 기초소양 면접 질문(계열공통)
남북통일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라.
주가가 폭락하면 정부가 보상해야 하나.
엽기문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기존문화에 대한 도전인가.
초지일관과 임기응변 중에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어떤게 좋을까.
면접관이라면 인성과 예절 사고력 표현력 중 어떤 것을 평가하겠나.
안티사이트에 대한 의견은.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하는가.
자식이 재능이 있다면 영재교육을 시키겠는가.

구 분질문
인문대영어와 국어 문법의 가장 큰 차이는
인문학이 인간다움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대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자본주의의 경제체제의 장단점을 논하라
성선설과 성악설 가운데 어느것에 기초한 정치제도가 바람직한가
자연대지구에 구리보다 철이 많은 이유는
행성에 구덩이가 생기는 이유는. 수성이 지구보다 구덩이가 많은 이유는.
공과대1에서 1000까지의 임의의 수를 10번의 질문으로 알아맞히는 방법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사범대면접장까지 온 경로를 영어로 설명하라
중학생에게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설명하라
법 대의사가 실수하면 처벌받지만 판사가 실수하면 처벌을 안 받는 이유는.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압수해 폐기하는 법안에 대한 찬반입장은
경영대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에 대한 견해는
유능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의 대원뿔을 어떻게 자르면 단면적이 타원, 쌍곡선, 포물선이 생기는가
염산과 탄산의 차이점과 공유결합할 때 분자의 밀도차이는

‘장애인 딸을 가진 부모가 딸의 장래를 비관해 딸을 죽이고 자살했는데 이런 현상의 근본원인과 해결방안을 설명하라’를 선택한 B양은 답변 도중 교수의 잇따른 추가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장애인 고용이 잘 안되는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며 제법 답변을 잘하고 있었는데 업무 효율성을 거론하며 따지듯 반문해 당황했습니다.”

‘지필고사 논란’이 있었던 수학과 물리 등 자연계 전공면접. A4용지에 그림과 함께 제시된 수학문제를 받아 15분간 푼 뒤 교수 앞에서 5분간 풀이과정을 설명한 C군. 하나는 수열, 다른 하나는 확률에 대한 문제였는데 어려워서 제대로 못 풀고 들어갔다. “50㎝ 정도 거리로 가깝게 앉아 풀이과정에서 막힌 곳을 말하니까 교수님이 방향을 지적해주고 다시 풀게 했는데 답은 신경쓰지 않고 전개과정과 이해여부를 평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엎어놓은 반구 위에 물체를 올려놓은 뒤 미끄러지게 하면 떨어진 지점이 어디가 될지를 구하는 물리문제를 넣고 끙끙댔던 D양. 그는 “수능시험 수준의 문제풀이와 막바지 단기간 준비로는 심층면접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라면서 “지원 분야와 연관 있는 과목에서 난이도가 높은 심화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개념정리를 확실히 해야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술면접 전문사이트 구술닷컴(goosul.com)이 면접당일 서울대 수험생 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심층면접에 대한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준비요령으로는 토론습관과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 및 독서가 가장 많이 꼽혔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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