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동성애자 인권운동 팔 걷었다

  • 입력 2002년 3월 20일 18시 26분


“동성애자들은 일반인과 다른 성(性) 선호도를 가지고 있을 뿐인데 부당하게 정신질환자로 차별 받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들의 정당한 인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동성애자 인권연대’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각 대학 동성애자 모임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국내 교과서와 사전에 실린 동성애 관련 단어의 풀이가 동성애자를 차별하거나 비하해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출판사들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연대는 1999년 군복무 중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군병원에 입원해 의사들로부터 ‘호모’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고 강제로 에이즈검사를 받은 정모씨(24)와 2000년 7월 주민등록번호가 다르다며 국내항공사로부터 탑승이 거부된 트랜스젠더 김모씨(45) 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11월 이미 국가인권위에 동성애 관련 진정 2건을 접수시킨 바 있다.

인권연대 임태훈(林泰勳)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과서나 사전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전달하고 있다”며 “출판사들은 기존 발행본을 새로 출판하고 국제적 기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발행하고 ㈜대한교과서가 판매하는 고등학교용 성교육 교과서인 ‘성과 행복’이 동성애를 ‘변태성행위’나 ‘에이즈의 주범’으로 암시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책의 ‘이상 성행동’(31쪽)이란 제목의 글 중 ‘동성의 친구에 대해 신체적 접촉의 욕구를 느끼는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면 좋을지 의논해보자’는 연구문제가 있다”고 확인했다.

또 이 책의 ‘에이즈 예방대책’(82쪽)에는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 문란한 성행위를 삼가고 동성연애자, 약물남용자, 매춘행위자 등과의 관계를 피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동성애자 단체 관계자들은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동성연애자’란 표현 자체가 동성애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동성애’에 대해 H한영사전, N한영사전 등 상당수 사전들이 ‘부자연스러운 사랑’(unnatural love)으로, C국어사전 등은 ‘동성끼리의 변태적 연애’로 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가 동성애를 더 이상 질환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를 비정상적인 환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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