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아동 포르노사이트 운영 잇단 적발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16분


“처음엔 호기심으로 접속한 음란 사이트에 갈수록 깊이 빠졌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정말 죄송해요.”

18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에 붙잡혀 조사를 받던 유모군(13·서울 J중1)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유군은 학교 교사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도용해 아동 포르노 사진 등이 담긴 음란 사이트를 대학생과 공동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본보 19일자 A31면‘휴지통’보도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유군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청소년들의 음란 사이트 노출 실태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실태〓평범한 중학생이던 유군이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5월경. 학교 친구들이 가져온 음란잡지에 적힌 인터넷 주소를 접속하니 수많은 아동 포르노 사이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수차례 다짐했지만 자꾸만 컴퓨터로 손이 갔습니다. 나중엔 거의 매일 사이트에 접속할 정도로 중독됐고요.”

유군은 더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이 담긴 음란 사이트를 찾아 밤늦도록 컴퓨터를 켜놓기 일쑤였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중순경 유군은 국내의 한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발견했다. 수업시간에 우연히 알게 된 교사의 주민등록번호로 사이트에 접속한 유군은 운영자인 대학생 이모씨(24)에게 e메일을 보내 함께 사이트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제의했다.

이후 경찰에 덜미를 잡힐 때까지 유군은 인터넷으로 내려 받은 100여장의 아동 포르노 사진을 이 사이트에 올렸다.

이에 앞서 11일에도 해외의 각종 아동 포르노 사이트에서 수집한 동영상을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올린 중학교 1학년생 등 10대 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중고생 6명이 15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직접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표적인 변태 성욕물인 아동 포르노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 중”이라며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점〓이미 상당수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변태 음란 사이트에 아무런 제약 없이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 하지만 해당 부모와 학교에서는 이들의 ‘인터넷 비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유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은 컴퓨터 실습 중 교사의 눈을 피해 각종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맘껏 돌아다녔다. 학교측이 설치안 음란물 보안 프로그램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다.

유군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동 포르노물을 접한 경험이 있다”며 “일부 아이들은 싫증이 나서 더 이상 안 볼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청소년들은 음란물을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 인터넷을 통해 성관계 상대를 적극 물색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청소년개발원이 19세 이하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62명(16.2%)이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변했다. 각종 음란물 접촉 경험도 99년 36.3%에서 60.4%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 대책〓전문가들은 우선 부모와 학교가 자녀와 학생들의 인터넷 사용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음란 사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자녀와 학생이 올바로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송현철(宋賢哲) 교수는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포르노 사이트에 중독될 경우 성에 대한 가치관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며 “무조건 야단치기보다는 유해성을 알려주는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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