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녹사평역 기름' 오염원 아리송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35분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킨 기름에 대한 유출 지점 확인 작업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6일 녹사평역에서 채취한 기름과 인근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채취된 기름이 각각 등유와 휘발유로 성분이 달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녹사평역 오염은 올 3월 발견된 이후 인근에서 유일하게 기름 흔적이 발견된 미군기지내 주유소가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사평역 맨홀에서 채취한 시료에는 등유와 소량의 휘발유가 섞여 있었고 지하수가 모이는 집수정에서는 등유만 검출됐다”며 “반면 미군기지 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휘발유 성분만 검출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미군기지 내 22곳을 시추한 결과 7곳에서 기름이 검출됐으며 그 중 양이 많은 2곳의 시료를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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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한국측의 경우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미군측은 프리드맨&브러야사에 각각 의뢰해 동시에 진행됐으며 양측의 결과는 거의 같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16일 국회에 제출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보고서에는 ‘색채(크로마토그램) 분석 결과 녹사평역에서 발견된 등유는 보일러 등유가 아닌 미군기지에서 사용하는 백등유와 같은 패턴이고 휘발유도 미군기지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급 휘발유와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돼 있어 미군기지의 기름 유출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군측은 10일 “과거 수차례에 걸쳐 용산기지 내에 설치된 난방용 등유 저장탱크에서 기름이 누출된 적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규정에 따라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고 각종 유출방지시설을 추가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사를 담당한 보건환경연구원 엄석원 박사는 “미군기지에서 등유가 유출되지 않았는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기지내 시료에서 휘발유만 나왔고 백등유는 일반에서도 판매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군기지를 유출원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서울시와 함께 12월까지 녹사평역과 미군기지 사이에 추가로 시추공을 뚫어 기름이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밝혀낼 예정이다. 또 미군은 기지 내 오염된 지하수를 퍼 올리는 등 복원 작업을 추진키로 환경부 등과 합의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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