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성과급 안받겠다"…'전공련' 9일 대규모집회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35분


최근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의약분업과 공무원 성과급 지급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공직사회에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의약분업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이미 지급된 공무원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공무원 신분으로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앞으로 공무원 노조설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공직사회의 내부 변화와 함께 정부와의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움직이나〓6급 이하 공무원들의 이 같은 변화는 공무원 노조설립을 추진중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전공련에는 전국의 행정기관별로 구성된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 200여개중 90여개가 가입돼 있고 회원수도 3만5000명이 넘는다.

전공련 민주노총 전교조 등 48개 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개혁 및 공무원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9일 경남 창원에서 개최할 집회에 전공련 소속 회원들이 대거 참가하기로 한 것도 달라진 공무원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공련은 산하 조직을 통해 경남 3000명, 부산 1000명, 서울과 경기 각 100명 등 참석 인원을 배정하고 깃발도 준비토록 했다.

전공련은 이날 집회 이후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올 정기국회에 노동관련법 입법청원을 하거나 의원입법으로 법 개정안이 제출되도록 할 방침이다.

전공련은 지난달 30일 감사원이 의료보험재정 파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것을 비난하면서 의약분업의 일차적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전공련 지도부는 집단행동 등 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4차례나 경찰의 소환을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청 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김영길·金永佶)도 지난달 25일 공무원 성과급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이미 지급된 성과급 1억8700만원을 도지사에게 보냈다. 직장협측은 “성과급 반납에 동참한 회원이 전체 회원의 67.5%인 378명이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통한 활동〓6급 이하 공무원들이 목소리가 높아진 데는 지난해부터 행정기관별로 구성된 공직협과 공직협이 개설한 홈페이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직협 홈페이지에는 자치단체장과 간부 등의 부당한 업무 행태나 행사 동원 등 부당한 지시, 회의 때의 문제성 발언 등이 올려지고 전파력도 커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 거명된 고위 공무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

전공련도 각종 회의 내용이나 회원들의 행동지침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 전국의 회원들이 즉시 관련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엇갈린 평가〓이 같은 변화로 인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등 공직사회의 개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 내부의 갈등과 일부 공무원들의 자기 몫 챙기기, 간부공무원들의 직원 눈치보기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특히 공무원 노조설립에 대해 노사정위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전공련 등이 밀어붙이기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양기대기자·창원〓강정훈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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