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베이징]공산당, ‘붉은 재벌’ 훠잉둥에 깊은 애도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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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사회활동가, 저명한 애국인사, 홍콩의 유명 실업가, 중국 공산당의 친밀한 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8, 9, 10기 전국위원회 부주석, 홍콩 중화총상회의 영원한 명예회장.’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일 홍콩에서 거행된 ‘홍콩의 붉은 재벌’ 훠잉둥(곽英東·홍콩 이름 헨리 폭·83·사진) 유룽(有榮)그룹 회장의 영결식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이름 앞에 붙인 수식어다.

지난해 1월 17일 세상을 뜬 자오쯔양(趙紫陽) 전 국가주석의 사망 기사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신화통신은 당시 그의 이름 앞에 단 한마디 수식어도 없이 ‘자오 동지가 질병으로 숨졌다’고 54자로 짤막하게 처리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서 왕중위(王忠禹) 전국정협 부주석과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 부장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비롯해 150여 명의 전현직 부장 및 성장급 고위 인사도 조전을 보냈다.

훠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결과 재산이 37억 달러(약 3조4595억 원)로 세계 181대 부호에 올랐다. 자본가는 물론 주자파(走資派)라는 말도 싫어하는 중국 공산당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유엔의 대(對)중국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몰래 전략물자를 대줘 ‘애국상인’이란 칭호를 얻었다. 억대 부자가 된 뒤에는 자선단체를 설립해 중국의 교육과 위생, 체육, 과학, 문화예술 진흥과 빈곤 주민을 돕는 데 앞장섰다. 그동안 그가 출연한 금액은 무려 15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언론은 “훠 부주석이 국가의 영도자이면서 홍콩의 부호였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자선가였다는 점”이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은 그를 ‘애국과 애향의 전범’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강조하는 ‘조화로운 사회’와 그의 행적이 서로 맞닿는 대목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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