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의사 판단보다 앞서는 정보 없다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인터넷을 통해 최신 의료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다행스러운 일이다. 질병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은 환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의사결정의 복잡성에 대해 이해가 빠르고 자신의 질병 치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의료정보의 확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진료행위가 자신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복잡한 것만은 아니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하기 쉽다.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을 안다면 그는 고혈압이나 점차 증가하고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발상은 즉각 거부되어 논란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근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위험도가 높은 고질병을 비롯해 여러 질병에 대한 약품의 제조 가능성에 관해 청문회를 가졌다. 물론 몇몇 제약회사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어서는 안될 점은 의사들이 말하는 ‘임상 판단’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나 지식은 질병 연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500년 동안 의술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그의 말은 아직도 진리로 남아 있다.

오늘날 임상의학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에는 의사의 ‘번쩍이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 지혜는 장기간의 훈련, 집중적인 사고와 모진 시련 속에서 지속적으로 가다듬어지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은 냉철하게 관찰해 확실한 증거와 유사한 양태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도록 훈련받는다.

그들은 건강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과 임시변통적인 치료법의 차이를 익힌다. 그리고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적용하고 마지막으로 각 환자의 용태를 세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그 치료법을 변경한다.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 외에 판단이 중요하다. 환자가 약국에서 임의로 사먹는 약은 두통 감기 알레르기 등 일시적이고 가벼운 질병에는 유용했다. 그렇다고 신체의 여러 부분에 항구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다스리는 약까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는가.

약품마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다. 만일 약품과 약품이 상호 작용한다면 그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지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스스로 처방을 내려 치료를 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일례로 어떤 환자가 고혈압에 심장병이나 당뇨증세가 있는데 고혈압을 인터넷 상에서 얻은 정보로 스스로 치료를 하려다가 심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제약회사와 입법자들은 히포크라테스의 또 다른 명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질병에 대해서는 두 가지 진료습관을 들여야 한다. 치료를 돕거나 아니면 더 이상 해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

셔윈 눌란드(예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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