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13/3人의 화교재벌]『경제는 걱정말라』

  • 입력 1997년 6월 18일 07시 54분


주권반환 등 최근 홍콩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3명의 화교재벌 총수가 있다. 홍콩경제의 막후실력자들인 3총수는 독특한 방법으로 변혁기에 대응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내 중국계 최대 재벌인 CITIC 퍼시픽의 창립자이자 중국 국가 부주석 榮毅仁(영의인·81)의 장남인 榮智健(영지건·55·래리 융). 그는 홍콩의 중국반환을 상징하는 기업인이다. 융은 홍콩반환을 앞두고 홍콩에 투자를 강화해 중국 반환에 따른 홍콩시민들과 외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보험」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캐세이 퍼시픽을 운항하는 영국의 스와이어 퍼시픽사와 중국국영기업인 중국민항(CNAC)간의 거래를 중개, 경쟁노선인 캐세이 퍼시픽의 노선에 중국민항을 취항토록 함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그는 캐세이가 운항하는 지역노선 드래곤 에어의 지분을 조정함으로써 캐세이 퍼시픽이 중국민항에 경쟁노선을 내주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협상 수완을 발휘했다. 금년 1월에는 21억달러를 들여 홍콩내 최대규모의 영국계 전력회사 지분 20%를 매입했다. 영국정부는 이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지만 홍콩 주민들은 이를 중국계기업에 의한 영국기업 탈환의 두번째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강그룹의 총수 李嘉誠(이가성·68)은 1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산 때문이 아니라 입지전적인 자수성가 드라마와 검소한 생활태도 때문에 홍콩인뿐만 아니라 화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길거리에서 시계줄과 고무 허리띠를 팔던 소년이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한 과정이 마치 작은 시골 어촌에서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한 홍콩의 번영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에 중국 광동성의 작은 도시에서 시계조립공장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이가성은 지난 58년 홍콩으로 자리를 옮긴후 조그만 지하공장에서부터 시작, 현재 장강실업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이가성그룹」을 일궈냈다. 이가성그룹은 홍콩내 상장주식의 15%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성장과정을 반영하듯 검소함이 몸에 배 오래된 뿔테안경을 쓰고 3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그가 지난 95년 그의 전재산을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지역(tax haven)인 케이맨제도로 옮겨 관심을 모았다. 그의 「재산이동」은 홍콩반환후 화교재벌의 대량탈출의 전조로까지 해석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사망한후 두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물게 될 세금 51억달러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9년 공산혁명 당시 상해에서 홍콩으로 이주해온 신창(新昌)건설그룹의 葉謀遵(섭모준·66)은 화교재벌로서는 드물게 자식에게 가업을 승계시키지 않고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란타오섬에 건설중인 첵랍콕신공항 공사중 여객터미널 등 상당량을 수주했으며 홍콩섬 중심가의 38층 세계무역센터, 홍콩대의 과학기술센터 등을 건설한 신창그룹은 홍콩 성장 과정에서 건설부문의 선두이자 상징이었다. 대표적인 화교 건설재벌인 신창그룹은 지난 92년 그룹운영을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섭회장은 『다음세기 그룹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가족내의 운영만으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경영권을 물려받지 못한 그의 아들(37)도 『앞으로 10년내에 나타날 홍콩내의 가족 소유 화교재벌들이 선택할 장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성희·구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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