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허브 산업’으로 성장하는 미래자동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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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산업부 차장
주성원 산업부 차장
개봉 30주년을 맞은 영화 ‘백 투 더 퓨처’(1985년)가 지난가을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던 것은 이 영화(엄밀하게는 1989년 작인 2편)에 등장한 ‘30년 후의 미래’가 바로 올해, 2015년이기 때문이다.

시리즈 1편의 엔딩은 2편의 오프닝으로 사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 짧은 시퀀스에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다녀온 브라운 박사가 미래 기술로 개조한 차의 연료통에 쓰레기를 넣고 출발하는 장면이다. 자동차는 멋지게 하늘을 날아 사라진다.

만약 영화처럼 석유 대신 쓰레기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더구나 배출가스도 적다면)가 나온다면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부를 만하다. 영화는 이미 30년 전에 미래자동차의 지향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쓰레기 연료차’는 먼 이야기지만 친환경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은 현재 km당 130g인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2021년까지 95g으로 강화할 예정이고, 미국도 2016년 15.1km인 L당 연료소비효율(연비) 기준 목표를 2025년까지 23.2km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친환경 자동차가 중요한 것은 환경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자동차가 가져올 산업 파급효과가 더 큰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H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5년 약 390만 대에서 2020년 16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커지면 연관 산업이 함께 큰다. 지난해 60억 달러 미만이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이면 26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구동장치인 파워 트레인과 충전 인프라, 애프터서비스 산업에 상용화 초기 단계인 수소연료전지차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친환경 자동차의 파급 효과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와 ‘토탈 리콜’(1990년)에도 미래의 자동차가 등장한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알아서 가는 승용차, 사람 대신 로봇이 운전하고 요금을 계산해 주는 택시다.

이런 차들은 현실화가 더 가깝다. 세계 각국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커넥티드 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카(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기술이 결합해 미래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커넥티드 카나 자율주행차 역시 기존 자동차 산업의 영역과는 다른 방향으로 커가고 있다. 주로 사물인터넷(IoT)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위성 및 인공지능 관련 전자업체들이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다.

요컨대 어떤 형태로 발전하든 미래자동차 산업은 지금까지의 부품, 소재 산업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산업 영역을 연결하는 ‘허브 산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 이외에도 삼성, SK, LG 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두 배터리, 전장부품, IT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35년이면 전체 자동차의 70%가 자율주행차로 바뀐다는 예측(네비건트 리서치)도 있으니 거대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자동차 산업이 허브 산업이 된다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스마트카 개발과 관련해 지도 제작 및 도로 인프라 건설(국토교통부), 부품 기술 연구개발(산업통상자원부), 통신 주파수 배분 및 시범서비스(미래창조과학부) 등을 담당하는 부처가 흩어져 있지만, 이를 통합하고 관리할 기관이나 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영화 속 ‘30년 후’가 현재로 다가온 2015년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변화를 선도하는 쪽이 결국 결과물을 독점한다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되풀이된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 미래자동차를 현실의 자동차로 만들기 위해 한발 앞선 행보가 필요한 이유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
#자동차#미래자동차#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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