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공짜로 나눠줘라, 그리고 ‘슈퍼팬’을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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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주고 슈퍼팬에게 팔아라’라는 책에 실린 미국 록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사례다. 1989년 첫 앨범 ‘프리티 헤이트 머신’을 선보이며 등장한 이들은 두 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 2000만 장 넘게 음반을 팔았다. 이 팀의 리더인 트렌트 레즈너는 한 스튜디오에서 보조 엔지니어로 일하며 첫 음반을 만들었다. 직접 만든 곡들을 들고 음반회사를 찾았다. TVT레코드와 계약을 했다. 데뷔 앨범은 100만 장 넘게 팔려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음반사는 빨리 다음 앨범을 만들라며 채근하기 시작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레즈너는 작업에 돌입했다. 다음 앨범도 히트를 치자 음반회사는 또다시 독촉했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됐다. 레즈너는 자신의 음악 작업에 간섭하지 말라며 음반사와 격렬하게 법정 투쟁을 벌였다. TVT와 결별한 후 다른 음반사들과 손을 잡아봤지만 비슷한 일이 계속됐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즈너는 ‘공짜’를 택했다. 그는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음원을 공짜로 풀었다. 파일 공유 사이트에도 음원을 올려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원하는 팬들은 돈으로 음반을 살 수 있도록 했다. 10달러짜리 CD도 있었고 75달러짜리 디럭스 판도 있었다. 레즈너의 전략은 300달러짜리 울트라디럭스 판에서 빛을 발했다. 울트라디럭스 판은 4개의 LP세트와 커다란 직물 케이스에 담긴 양장본 3권으로 구성됐다. 2500개 한정 제작됐으며 각각에 고유번호가 매겨졌다. 친필 사인이 담겼고 한 사람이 하나만 구입할 수 있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울트라디럭스 판은 동이 났다.

공짜는 사람을 모은다. 공짜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가 그 제품을 알게 된다. 물론 공짜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공짜를 통해 불러 모은 소비자 중 슈퍼팬(해당 상품을 사랑하며 가격이 얼마든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들이 기쁘게 거액을 쓸 수 있도록 제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시대는 지났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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