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외국인 임원이 능사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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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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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의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일하는 음마흐 씨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를 갖는 게 소원이다. 그는 “현재 노키아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데 갤럭시가 기능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나다. 주위에서 다들 갤럭시를 사고 싶어 한다. 1000터키리라(약 76만 원)에 달하는 고가라 부담되지만 곧 돈을 모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유럽 어디를 가나 낯익은 한국 브랜드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에선 LG의 현수막이 공항 실내 전체를 휘감았다.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는 항공사의 팸플릿에서는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럽시탭을 알리는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유럽 어느 호텔에 묵든 방안에 있는 TV에는 어김없이 ‘SAMSUNG’이나 ‘LG’라는 로고가 붙어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우리도 그렇고 유럽 국가 대부분이 경기불황에 이은 젊은이들의 실업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 LG 현대차 등 글로벌 브랜드들을 보유한 한국은 경제가 탄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불황을 빨리 탈출했느냐”며 궁금해 했다.

지난달 30일 조직개편을 통해 LG전자가 최고인사책임자(CH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구매책임자(CPO),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5명의 외국인 임원을 퇴진시켰다.

5명의 최고위직 외국인 임원을 모두 퇴진시킨 데 대해 LG전자는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이들 영입을 통해 글로벌 역량이 내재화됐고 △처음부터 이들에게 일정기간만 맡긴다고 했고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 위기 극복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10월 초 취임 직후 본사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외부에서 영입됐다고 절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며 ‘LG전자 임원의 자격’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한다. 첫째는 성과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LG의 문화인 ‘LG Way’(LG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방식의 기반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정도 경영으로 일등LG를 달성하자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해석하면 이번에 퇴진시킨 외국인 임원들은 성과가 기대 이하였고 LG 문화 적응에도 실패했다는 얘기가 된다. 직원들이 소통에 불편해 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체되고 외국인 임원들이 조직 장악력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LG전자의 ‘과거로의 회귀(Return to the Past)’는 아쉬운 점이 많다. 어차피 외국인 임원들을 고용한 이유가 단기성과를 보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경영 기법을 배우고 글로벌화된 시각을 갖추자는 게 이들의 영입 이유다. LG전자는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일어나는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이런 회사들이 더 나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들을 멈춘다면 철저한 자국인 위주의 인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됐던 일본 기업들을 답습하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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