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中지준율 인상, 한국에 충격 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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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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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상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경기가 회복된 국가다. 출구전략 카드 역시 주요국들 가운데 중국이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이 주식시장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통화당국이 긴축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 체력이 회복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증시에 가장 나쁜 상황은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저금리 구도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좋은 예다. 제로금리가 장기화됐지만 자산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증시에 우호적인 조합은 ‘경기 회복+긴축’이지 ‘경기 침체+낮은 금리’는 아니다.

다만 긴축의 초기 국면에서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는 있다. 낮은 금리 아래서 팽창했던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2004년 중국에서 긴축이 시작됐던 때도 그랬다. 2003년 9월 중국이 처음으로 지준율을 인상하자 코스피는 9% 떨어졌다. 2004년 4월 2차 지준율 인상 국면에서 코스피는 22%를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단기 급락 이후 주가는 빠르게 회복해 2005년의 호황장으로 이어졌다. 2005년에 중국이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자산시장은 이를 중국 경기의 활력을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했다. 긴축정책은 시행 초기에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지난주 중국의 지준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받는 단기 충격은 크지 않다. 주가가 다소의 조정을 나타내고 있지만 2003∼2004년 중국 긴축 초기 국면과 같은 급락은 아니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긴축 목표가 당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2003∼2004년의 긴축은 실물 부문의 과잉 투자 우려에서 비롯됐지만 올해 긴축의 화두는 자산 버블에 대한 대응이다. 이미 중국 관료들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반면 실물 경제에 대한 중국 관료들의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지금까지 중국 성장의 엔진이었던 수출이 이제 막 회복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실물 경기에 부담을 줄 정도로 강력한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 증시 쪽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실물 경제지 중국의 자산 가격이 아니다.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한 선제적 긴축이 한국 경제와 증시에 구조적인 악재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의 긴축은 올해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가 될 것이다. 만약 실물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긴축정책이 시행된다면 한국 증시에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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