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변혁을 꿈꾸다]<3>1층의 혁명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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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층의 개방형 필로티(이미지 오른쪽 부분)와 그 앞으로 연결된 아파트뜰. 필로티는 반상회 같은 만남의 공간, 요가 같은 생활강좌 공간 등 다목적 라운지로 활용한다. 접을 수 있는 여닫이문을 설치하면 라운지와 뜰이 쉽게 연결된다. 아파트뜰에는 정자목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그늘을 제공한다. 뜰의 주변부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화단, 텃밭 등을 배치할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아파트 1층의 개방형 필로티(이미지 오른쪽 부분)와 그 앞으로 연결된 아파트뜰. 필로티는 반상회 같은 만남의 공간, 요가 같은 생활강좌 공간 등 다목적 라운지로 활용한다. 접을 수 있는 여닫이문을 설치하면 라운지와 뜰이 쉽게 연결된다. 아파트뜰에는 정자목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그늘을 제공한다. 뜰의 주변부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화단, 텃밭 등을 배치할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위에서 바라본 아파트뜰의 모습. 아파트뜰에는 마당, 유아놀이터, 연못, 화원 및 텃밭 등을 조성한다. 뜰 안에서는 최대한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해 주고, 뜰의 주변에는 약간의 단을 쌓거나 녹지를 조성해 거주민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도록 한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위에서 바라본 아파트뜰의 모습. 아파트뜰에는 마당, 유아놀이터, 연못, 화원 및 텃밭 등을 조성한다. 뜰 안에서는 최대한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해 주고, 뜰의 주변에는 약간의 단을 쌓거나 녹지를 조성해 거주민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도록 한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거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다양한 아파트뜰을 조성하면 획일성을 벗어난 주거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건물의 페인트 색상과 동 번호 정도로 구별되던 개별 아파트 건물 동이 조경 공간에 의해 구별되고 동네로서의 개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거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다양한 아파트뜰을 조성하면 획일성을 벗어난 주거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건물의 페인트 색상과 동 번호 정도로 구별되던 개별 아파트 건물 동이 조경 공간에 의해 구별되고 동네로서의 개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컴퓨터그래픽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아파트는 우리의 대표적 주거 유형의 하나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는 양옥 혹은 한옥 스타일을 벗어나 아파트로 이전하는 엑소더스를 연출했다. 비록 서양의 주거형태에서 빌려온 것이지만 아파트는 품종 개량을 거듭한 끝에 한국적인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파트 현상이 전국을 휩쓰는 동안 이웃과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던 마당, 골목 등이 우리의 곁에서 멀어져 갔다.

필자의 아파트 조경 제안은 우리가 잃어버린 생활의 가치를 다시 한번 부각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출발한다. 제안의 핵심은 아파트와 공동체 문화의 결합이다. 조경 공간을 매개로 잃어버린 동네와 마당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것이다. 》

○ 1층 라운지를 벽 없는 사랑방으로

최근엔 어지간한 공원들보다 훨씬 잘 조성된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아파트에 비해서 수려해진 단지공원형 아파트 역시 이웃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소통의 역할을 담당할 공간을 단지공원형 아파트에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원의 성격을 지닌 공간의 도입을 제안한다. 공동체문화의 배경이 될 이 가꿈의 공간을 ‘아파트뜰’이라 부르고 싶다.

여기서 제안하는 아파트단지는 외부와 연계된 아파트 차량 동선 및 보행 동선, 아파트 입구 광장, 놀이터, 주민 운동시설, 편의시설 등이 전체 단지의 골격에 배치되도록 한다. 최근의 단지공원형 아파트의 설계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거동(棟)과 인접한 공간, 즉 각각의 건물 동 바로 앞의 공간은 아파트뜰이 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파트 건물 1층의 획기적인 변화다. 1층은 높은 천장과 가변적인 벽을 가진 개방형 필로티(piloti)로 조성하고, 최대한 시각적 개방감을 보장하도록 한다. 1층에서 주거 공간을 제외함으로써 1층 주거의 가림막 역할을 하던 어정쩡한 화단 공간이 거주민의 공동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1층은 엘리베이터 코어를 제외하곤 필로티 전체를 거주민의 다목적 라운지로 활용하도록 한다. 라운지는 아파트동의 사랑방처럼 쓰일 수 있으며, 운영은 전적으로 거주민의 결정에 따르면 된다. 필로티의 벽면을 개방하면 필로티와 아파트뜰이 직접 연결된다. 이 같은 필로티와 아파트뜰의 연결은 우리의 전통적인 대청마루와 마당의 관계를 재현해 줄 것이다.

○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

아파트뜰은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화원,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아파트마당,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유아를 위한 놀이터 등으로 활용하면 된다. 아파트뜰은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바라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앉아서 쉬고, 책을 읽고, 이웃과 수다 떨고, 화원을 구경하는 등 다양한 일상 생활을 부양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아파트뜰은 기존 아파트단지 공원의 공식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좀 더 일상적이고 편안하며 접근이 용이해 훨씬 더 사적(私的)인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아파트뜰의 주변부에는 적절한 위요감(圍繞感)을 조성하여 거주민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도록 한다. 차량 및 화물의 접근로나 쓰레기 처리시설 등은 조경공간과의 상충을 피해서 지하에 조성한다. 현재의 단지공원형 아파트를 기본으로 아파트뜰이 추가되었다고 보면 무난하다. 아파트뜰은 참여적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양한 방향의 가꿈을 통해 주거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해 주고 아이들의 자연체험 교육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 ‘고립된 주거’ 불명예 벗어

공동체를 위한 뜰이 있는 아파트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구성원인 거주자가 아파트뜰의 직간접적인 혜택 및 의무에 대해 동감해야 한다. 다음은 아파트 운영위원회 등과의 계약을 통해 아파트뜰 공간의 조성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또한 거주민과 함께 화원 가꾸기를 실천할 정원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1층을 필로티 공동공간으로 조성할 때 층의 높이나 용적률의 제한을 완화해 주는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한다. 아파트를 떠나 전원주택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아파트에서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아파트는 현대인의 고립된 주거문화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욱주 조경가·서울대 교수

::필자 약력::

△서울대 조경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 졸업 △설계작품=세종문화회관 정원(서울, 김아연 오형석 공동작업), 외환은행본점 정원 설계(서울, 박준서 공동작업), 프레시킬스 공원(미국 뉴욕), 뉴욕 프랑스대사관 정원(미국 뉴욕) △현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조경학 전공),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지도교수

※ 본보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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