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돈데이 신촌점 임남식 씨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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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공깃밥이 다 떨어져서 못 줬지? 미안하니까 오늘은 서비스 요리 줄게.”

8일 점심시간 무렵. 삼겹살 전문점인 돈데이 신촌점에 대학생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대낮부터 테이블 서너 개를 차지하고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도 생소했지만, 이들을 마치 동생 대하듯 살갑게 맞는 주인의 모습도 여느 고깃집과는 달랐다.

돈데이 신촌점 임남식(45·사진) 사장은 “한 번 왔던 손님이 일주일 안에 다시 오면 대부분 얼굴을 기억하는 편”이라며 “단골손님은 이름을 불러 주고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그는 “고깃집이지만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의류회사에 다니던 그는 2005년 6월 회사를 그만둔 뒤 9개월 이상 창업 준비를 하다 지난해 3월 삼겹살 집을 열었다. 외식 사업이지만 메뉴가 부담 없는 가격이어서 오랫동안 영업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에 신용 대출까지 받아 2억5000만 원을 창업에 투자했다.

조금 무리한 투자를 한 탓에 임 사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 사업이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자고 다짐했다. 그가 직원에게 시키지 않고 매일 손수 바닥을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이유다. 다른 업소처럼 대걸레로 쓱쓱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집 마루를 닦듯 쪼그리고 앉아 손걸레로 바닥 청소를 한다.

“매일 서울 양천구 목동 집에서 신촌 가게까지 양화대교를 건너 출근합니다. 변함없이 흐르는 한강을 보면서 ‘오늘이 개업 첫날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겁니다. 늘 한결같이 일하자는 생각입니다.”

다행히 창업 석 달 만에 사업은 월 매출 4000만∼4500만 원을 올릴 정도로 안정궤도에 들었다. 청결한 매장 관리와 함께 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꼼꼼하고 꾸준한 고객 관리에 있었다. 의류회사에서 백화점 관리를 하던 ‘전직’ 때문에 고객을 기억하는 임 사장의 눈썰미는 남다르다. 아는 손님이 오면 이름을 불러 주며 반갑게 맞는다.

그런데 손님의 이름은 어떻게 알아낼까. 임 사장은 손님들이 계산을 하러 나올 때면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 주면 앞으로 VIP 고객으로 모시겠다”며 수첩을 내민다. 그리고 손님이 적어 주는 이름과 전화번호에 간단한 특징을 메모해 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손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잊지 말고 찾아 달라는 뜻이지만, 방문해 달라는 말보다 좋은 글귀를 적어 보냅니다.”

손님이 대부분 대학생이다 보니 동아리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임 사장은 인근 대학의 동아리 모임에 일일이 전화해 방문을 권유했고 한 번 예약한 동아리는 ‘최상의 서비스’를 약속하며 다음에도 예약을 유치했다.

그가 고객 관리를 위해 지키고 있는 또 다른 원칙이 있다. 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 그래서 항상 줄무늬 셔츠에 검정 바지, 그리고 넥타이 차림으로 가게를 지킨다.

“한결같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같은 셔츠 3장을 번갈아 입습니다. 고기를 굽는 삼겹살 집 주인이라고 해서 남루한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면, 손님이 다음번에 또 오고 싶어 할까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점심에도 고기구이를” 입소문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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