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차를 보면 회사가 보입니다

  • 입력 2007년 7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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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경영의 투명성과 마케팅, 기술력, 노사화합 등 손에 꼽자면 10가지도 넘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지금까지 1000대가 넘는 자동차를 시승하면서 다른 요인들을 모두 무시하더라도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회사의 경영상태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공식을 발견했습니다. 회사의 상태가 자동차에 그대로 배어 있다는 뜻이죠.

메이저 자동차 회사 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드의 차종들을 보면 과거보다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상대적으로 같은 미국 내 GM과 크라이슬러보다는 글로벌 소비자를 생각하는 친절함이 떨어졌습니다.

일부 차종은 사이드미러가 아예 접히지 않는 경우도 있더군요. 미국은 주차공간이 넓어 사이드미러를 접을 필요가 거의 없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필수이죠.

포드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26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고, 소유하고 있던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를 매각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차들은 전반적으로 원가 절감의 흔적이 쉽게 드러나고 마무리도 허술한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자들의 과다한 연금과 건강보험 문제, 고용불안 등이 자동차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죠.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역시 최고의 성능과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돋보이지만 늘어난 잔고장으로 시장에서 벤츠에 대한 경외심은 많이 줄었습니다.

반면 렉서스는 품질 면에서는 상당한 우위를 보여, 브랜드 가치가 급등한 데는 역시 이유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자주 타 보면 감성품질과 운전자를 감동하게 하는 극한 성능 부분에서 벤츠, BMW, 아우디에 비해 열세를 보여 미국 시장에서 아직은 명차(名車)라고 불리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최근 국산 차들을 타 보면 5년 전과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디자인과 주행성능, 감성품질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2분기(4∼6월) 실적은 최근 3년 중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인 것 같습니다. 채찍질하고 허리띠를 졸라 올라설 수 있는 곳까지는 올라왔지만 이제는 진정한 기술력과 경영의 투명성, 노사화합이 뒤따르지 않으면 넘기 힘든 벽이 다가온 것이죠.

국산 차 회사들이 어떻게 도요타 등과 ‘정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지 기대가 됩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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