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재협상 實利가 중요하다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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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호주 등 쌀 수출국들과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 협상’이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10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사실상 허비하고 말았다. 가격경쟁력이 국제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쌀에 대다수 농가가 생계를 의존하는 현실은 그대로인 채 쌀 시장을 열어야 할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농촌의 처지가 아무리 절박해도 협상을 피해 갈 방법은 없다.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농촌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오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개방 반대 여론을 의식해 관세화 유예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10년 전 관세화를 유예 받는 대가로 '최소의무수입물량(MMA)’을 올해까지 쌀 소비량의 4%로 늘려 주기로 약속했고 이행해 왔다. 이번에 관세화를 다시 유예 받으려면 협상 상대국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MMA를 추가로 늘려 줘야 한다.

더구나 MMA는 한번 정해지면 줄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관세화를 하게 되면 이중으로 손해가 된다. 또 지금은 MMA를 가공용으로 한정해서 쓰고 있으나 미국과 호주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소비용 쌀 시장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이런 득실을 모두 따져 실리(實利)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협상과 병행한 국내 대책은 협상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119조원을 농촌과 농업에 쓰겠다는 계획이지만 과거처럼 비효율을 키우고 빚만 늘려서는 곤란하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지원하고 농촌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재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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