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식당 '함바'운영 성우유통 최성현사장

  • 입력 2002년 2월 19일 17시 44분


성우유통 최상현(崔相鉉·55·사진) 사장은 13년째 건설현장 식당인 일명 ‘함바’를 운영하고 있다. 밥을 만들어 파는 식당 주인인 셈이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전국 6곳 공사현장. 하루 2000명분의 음식을 판다. 그러나 최 사장은 스스로를 ‘건설인’이라고 주장한다.

“함바는 한국 건설환경 변화를 쉽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건설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저도 건설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지요.”

함바에서 엿본 건설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건설인력의 변화다.

최 사장은 “예전에는 못 먹고 못 배워서 건설 근로자가 됐지만 요즘은 고졸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장 목수 전기 철골 등 기능 인력은 사람도 모자라고 임금도 만만찮다. 기술과 품질도 높아졌다. 수입 인력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장 식당을 운영하기는 어려워졌다. 근로자 입맛이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다.

“근로자를 얕보았다가는 망합니다. 친절해야 하며 음식이 좋아야 합니다.” 그는 “좋은 음식의 기본은 쌀”이라고 강조했다.

건설노동자들이 함바에서 두 끼 이상을 해결하고 간식에다 술까지 먹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년 전 일이다. “그 때는 수입이 좋았죠. 간식과 술을 팔면 꽤 돈이 되거든요. 요즘은 10명 중 8명은 자가용이 있어 술을 먹지 않습니다.”

‘박리다매(薄利多賣)’는 함바의 특성이다. 밥과 국, 반찬 6, 7가지를 주고도 가격은 3000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국민이 한 번쯤 함바에서 밥을 먹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싸고 맛있고 양이 많죠. 땀 흘려 일하는 근로자를 대하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최 사장의 ‘함바관(觀)’이다.

그는 건설업체 관리직원들이 현장 근로자와 밥을 따로 먹는 관행이 영 못마땅하다. 현장 기능인력을 우대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는 것.

최 사장은 현장 식당에 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식중독 보험에 가입해 근로자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그의 말처럼 그만큼 건설에 애착이 있기 때문일까.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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