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이원재/존경받는 기업인이 많은 나라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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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회사, 직원의 동기부여를 항상 생각하는 경영진과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직원들, 그 회사의 제품 구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지역 주민들….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기업상(像)이다.

최근 본보가 기업의 재무성과와 윤리경영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 ‘존경받는 30대 한국 기업’ 보도는 이런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최초의 시도로 한국 기업의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8개월간 이 보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초적 물음이 하나 있었다. 과연 한국에 ‘존경받는 기업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문위원들도 막판까지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사실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있을지언정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은 흔치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받는 기업’을 고수한 것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미래가치를 제시하겠다는 목표의식에서였다.

오너경영체제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은 대기업을 얘기할 때 기업총수를 머리에 떠올린다. 기업총수의 이미지에는 황무지에서 거대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과거의 정경유착 등 부정적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논란의 본질이 ‘존경받는 기업인’의 유무로 귀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기업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인색한 것은 이들의 공(功)보다 과(過)를 더 심각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외에도 소비자와 투자자를 멀리하는 기업인 스스로의 태도에 큰 원인이 있다.

한국처럼 대중과 거리를 두는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초일류를 위해 어떤 미래 구상을 갖고 있는지, 사회를 위해 어떤 친화적 활동을 벌일지를 직접 밝히는 기업총수는 많지 않다. 미국 주요기업 CEO는 분기 결산 때 언론에 나와 실적과 계획을 소상히 밝힌다. 한국 신문에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CEO의 인터뷰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대학생 특강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기업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 많은 기업인이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나서는 것을 보고 싶다. 어떻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지 포부를 밝히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하는 ‘존경받는 기업인’을 보고 싶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등이 발표하는 ‘존경받는 기업’ 순위는 매년 바뀌고 탈락하는 기업도 생긴다. 작년 순위가 1년 전보다 떨어진 소니는 기술력의 우위를 믿고 시장 흐름을 간과했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엔론은 한때 ‘존경받는 기업’ 창조력 부문에서 1위를 했지만 몰락했다.

본보가 선정한 ‘존경받는 30대 한국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선전(善戰)하는지, 이들 기업의 CEO는 얼마나 맹활약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이원재 경제부 차장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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