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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체감 먼 반값등록금-행복기숙사… 대학도 학생도 “더 힘들어”

입력 2016-02-29 03:00업데이트 2016-02-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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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1>이행 안되는 교육 공약 《 박근혜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국정의 핵심인 외교안보부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 실생활에서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한 교육 복지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정책이 어떻게 추진돼 어떤 공과(功過)를 만들어 냈는지 심층 진단에 나선다. 》

“사교육을 줄였다고 꼽을 만한 정책이 없다. 정부의 의지 자체가 없는 듯하다.”(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부소장)

“요새는 공부만 해서는 자기소개서에 채울 내용이 없다.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다 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문제다.”(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서울 서초구의 이모 씨)

박근혜 정부는 3년간 ‘행복교육’을 외쳤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도, 학부모도, 대학도 너나없이 교육 문제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커졌다고 목청을 높인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초중고교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정부 조사 이래 최고치인 24만4000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조차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는 아예 없다.

○ 늘어나는 사교육 부담

주변 학부모들에게 “영어, 수영, 미술 학원은 안 보내느냐”고 핀잔을 받는 A 씨가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쓰는 사교육비는 매달 약 48만 원(수학 20만 원, 피아노 13만 원, 중국어 13만 원, 방과후학교 컴퓨터 3개월에 8만 원). 적잖은 부담이지만 “지금 입시 체제에서는 초등학교 때 영어랑 예체능을 끝내 놓아야 중학교 때 자기소개서용 스펙 준비, 고등학교 때 입시 수학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주변의 말에 늘 불안하다.

“남들 하는 만큼 시킨다”는 B 씨가 중3 아들에게 쓰는 사교육비는 매달 175만 원(영어 주 3회 과외 50만 원, 수학 주 2회 과외 50만 원, 국어 사회 역사 학원 각 20만 원, 과학 학원 15만 원)이다. 고교에 가면 훨씬 더 비싸질 학원비에 벌써부터 한숨이 난다.

정부는 획기적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날로 늘어난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한 정책은 없고,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계속 만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중고교 사교육비 통계가 매년 오르는데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구체적인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영어, 학습지, 발레 등 영유아 사교육 폭증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교육부는 “2018년부터 3∼5세 사교육비를 국가 통계로 지정하겠다”며 느긋한 반응이다.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자유학기제가 “학원들에 ‘링거’를 놓아줬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2014년 일명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만 막을 뿐 선행학습 자체는 막지 않은 탓에 학원들은 자유학기제를 ‘선행 사교육 집중 기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 고충 호소하는 대학과 대학생

현 정부 들어 대학들은 재정난과 구조 개편에 따른 운영난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에 따라 지난해 연간 등록금 14조 원 가운데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된 돈은 7조 원이다. 이 가운데 대학의 부담분이 3조 원이 넘는 데다가 각 대학이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받기 위해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은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 정부가 부실 대학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했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데 대한 불만도 높다. 서울 대규모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연구 중심 종합대학은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부실 대학을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모든 대학의 정원을 조금씩 줄이는 것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산업 수요에 맞춘 프라임 사업, 인문학 진흥을 위한 코어 사업 등 신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대학들은 어느 기준에 맞춰 학과 구조를 재편해야 할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삶의 질 역시 팍팍하다. 대선 공약은 ‘행복기숙사’를 많이 만들어 기숙사 수용률을 30%까지 높이고, 사립대 기숙사비를 30%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둘 다 지켜지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까지 겹쳐 대학 재학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대학생들은 실질적인 대학 학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갈등 조정 능력 없는 교육부

지난 3년간 교육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누리과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간강사 처우 개선 등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사회부총리 부처에 걸맞은 갈등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관련 주체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의 의무이고, 이미 누리과정 예산을 지급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빚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도 교육부는 일방통행을 고집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한 뒤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 기준 등을 공개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비공개로 집필을 진행 중이다.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수차례 시행이 유예된 시간강사법 역시 교육부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강사를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와 달리 시간강사들은 대량 해고를, 대학은 재정 부담 증가를 우려해 법 시행은 2012년, 2013년 잇달아 연기됐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2년간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하자 지난해 말 국회가 다시 법 시행을 유예하면서 대학가는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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