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독주가 한미동맹 미래인가

  • 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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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을 둘러싼 한미간의 논의가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미국이 조기 감축계획을 통보한 데 이어 9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까지 결렬됐다. 한미 양국이 동맹의 기반인 주한미군 문제를 순조롭게 매듭지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처방식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FOTA에서 용산기지가 옮겨 갈 오산 평택에 상당한 규모의 땅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의 3분의 1을 감축하겠다면서 기지 면적을 늘려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일로 협상이 결렬됐다니 ‘동맹의 미래(Future of the Alliance)를 구상한다’는 회의 명칭이 무색하다.

미국측이 미군감축계획을 우리측에 전한 과정도 50년 동맹관계에 걸맞지 않다. 미국은 지난주 한미 국방장관이 만났을 때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 감축계획을 통보한 미국이 우리 정부를 배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고위 관리가 “감축 시한은 한국의 견해를 반영해 수정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미 계획이 세워졌다는 감축 내용을 한국에 알리지 않는 배경 또한 석연치 않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의 중요한 축이다. 미군 감축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복잡한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간과 예산을 걱정해야 하고, 미군이 줄면 기지가 축소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동맹국이라면 이런 고민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미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감축 규모와 시기가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두 나라의 관계가 달라진다. 미국이 한국의 처지를 무시하면 양국 관계는 갈등을 넘어 불신의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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