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시인 파문]'核배수진' 北의 최후카드인가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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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한 것이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가 파문을 축소하며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는 그동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핵무기를 더 이상 협상용 카드로 쓰려는 것이 아니라 체제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실제로 핵 무장 쪽으로 나아가려는 것 같다”면서 “사태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제안에 관해 “새로운 것인지는 모르나 나름대로 해결을 위한 제안이 있기는 있었다”면서 “다만 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판단 아래 북한이 현시점에서 핵보유를 시인한 배경을 면밀히 분석,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한 당국자는 “미국 일본과 조만간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를 열 생각이나 각국의 외교 일정 때문에 열흘 안에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미일과의 협의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나 북한이 이를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에 있어선 군사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설득에 치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 이에 관한 협조와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미국의 강경파들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테러집단이나 중동국가에 수출, 국제안보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선제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하고 나설 경우 즉각적 효과를 내기 어려운 외교적 해결론자들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정부는 핵보유 시인이 초래할 파장을 북한이 뻔히 알면서도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고 배수진을 친 것은 현 상태로는 더 이상 체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핵 보유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모호한 태도로는 적대적 대북관을 갖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붙들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역효과를 예상하면서도 미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초강수를 두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사실상 ‘올인’이나 마찬가지인 최후의 패를 꺼낸 것은 역설적으로는 북한 역시 파국적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원치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한편 25일 3자회담이 후속 회담 일자와 장소를 정하지 못하고 끝난 것과 관련, 정부는 미국 중국 북한이 후속 협의를 거쳐 다음 회담을 결정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미국 대표단은 이번에 본국 훈령에 따라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지 않았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했었다”고 밝혔으나 한국이 언제 회담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북핵관련 南-北-美 관계자 발언

◇한국
날짜발언자발언내용
2002.10.18이준 국방장관,국회통외통위(농축우라늄탄의 경우) 관련시설의 완성 또는 가동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 중이나 북한이 직접 핵개발 계획의 추진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수준 진척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10.21황의돈 국방부 대변인우리 정부는 99년 초 북한이 해외에서 농축우라늄 장비의 구입을 시도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미국측에 추가적인 정보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이를 제공했다. 출처는 밝힐 수 없다. 국방부나 군 당국이 직접 입수한 것은 아니고 우리 정부가 입수했다고 봐야 한다
10.23이준 국방장관, 국회예결위지난 8월 고농축 우라늄 핵폭탄 개발이 상당히 진척됐다는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았으나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10.28신건 국정원장, 국회정보위북한이 92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기 이전에 7∼22㎏의 플루토늄을 추출, 조잡한 형태의 핵무기 1∼3개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2.28이준 국방장관,국회국방위북한이 명분상으로 전력 손실 보상을 요구하나 상황에 따라 플루토늄 추출을 강행해 핵무기를 실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2003.1.13박진 한나라당 의원, 방미단 보고미 행정부는 북한이 현재 최소한 핵폭탄 1∼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농축우라늄 핵무기도 이르면 1∼2년 내에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16이준 국방장관,국회 국방위북한이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면 (핵폭탄) 제조기간은 짧고, (앞으로) 시설을 가동해 제조한다면 1∼2년 이상 걸릴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탄을 개발하면 한반도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
2.11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 KBS 라디오 인터뷰우리 군 당국에서나 정부당국에서는 북한이 1개 내지 2개, 어떤 경우에는 2개 내지 3개 정도의 플루토늄으로 만든 원자탄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날짜발언자발언내용
2002.10.25외무성대변인우리는 미국 대통령 특사에게 미국의 가중되는 핵압살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주었다
12.12외무성대변인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라 연간 50만t의 중유제공을 전제로 하여 취했던 핵동결을 해제하고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하기로 했다
12.22조선중앙통신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정상가동을 위해 동결된 핵시설들에 대한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작업을 즉시에 개시하게 됐다
2003.1.10북한 정부우리는 핵무기전파방지조약(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으며 현 단계에서 우리의 핵활동은 오직 전력생산을 비롯한 평화적 목적에 국한될 것이다
1.24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북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4.12외무성대변인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한다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
4.18외무성대변인8000여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4.25외무성대변인우리는 조선반도 핵 문제의 당사자들인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내놓았다

◇미국
날짜이름내용
2003.1.28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8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할 경우 6~8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2.11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북한의 의도는 핵무기 보유 및 증강이다
3.9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북핵 문제는 동결이 아니라 해체하도록 북한에 최대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3.11미 시사주간 타임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해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3.18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북한이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정치적 대화와 외교적 진전이 훨씬 더 어렵게 될 것
4.6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불행하게도 북한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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