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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기간·戰力 줄인 한미훈련, 北에 잘못된 신호 줘선 안 돼

입력 2018-03-21 00:00업데이트 2018-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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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미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다음 달 1일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시작된다고 한미 국방부가 어제 공식 발표했다.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은 4월 1일부터 4주간,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는 중순부터 2주간 실시된다. 유엔군사령부는 관례대로 한미 연합 훈련 일정을 북한군에 통보했다. 한미 국방부는 이번 연합 훈련이 ‘예년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참가 전력과 세부 일정, 훈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참가 병력 규모와 훈련 내용이 거의 같다는 점을 들어 예년 규모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연합 훈련에선 핵추진 항공모함 같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는 최소화하고 독수리훈련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항모 칼빈슨함과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대거 투입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였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언론 공개도 최소화해 조용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창군절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규모와 시간을 줄이고 TV 생중계도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 상호주의적 조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이미 연합 훈련 실시를 ‘이해한다’고 우리 특별사절단에 밝힌 터다. 김정은이 “앞으로 조절되길 기대한다”고 했다는데, 벌써 그 기대에 맞춰주겠다는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런 훈련 조정 과정이 한 편의 코미디처럼 예고됐다는 점이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달 초 미국에서 “북-미 대화가 이뤄지면 독수리훈련은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미군 태평양함대사령관에게 “핵잠수함 같은 것들은 전개 안 해도…”라고 했다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특보의 주제넘은 ‘발설’대로, 국방장관의 어설픈 ‘농담’대로 연합 훈련이 진행되는 셈이다.

사설
연합 훈련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 공동의 ‘핵심 결의(키리졸브)’를 과시하는 무력 시위다. 나아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그리고 비핵화를 완수하도록 밀어붙이는 압박 수단이다. 그래서 일시적 강약 조절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노출되고 결국 현실화되는 블랙코미디를 북한은 어떻게 볼까. 훈련 기간도, 전략무기도 줄인 연합 훈련이라지만 대북 결의를 확고히 보여주는 실질적 압박작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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