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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시민단체만 콕 집어 공무원호봉 인정한 인사처案

입력 2018-01-06 00:00업데이트 201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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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상근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내용이 담긴 ‘공무원 보수규정’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어제 입법예고됐다. 인사혁신처는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애쓴 경력도 공직에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반대 의견과 함께 “시민단체에 먼저 가입하자”는 이른바 공시족 젊은이들의 자조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은 민간기업 출신이 공무원이 됐을 때, 동일 분야가 아니면 호봉을 인정받지 못한다. 민간 경력 가운데 변호사 회계사 자격증이나 박사학위같이 동일 분야의 전문 및 특수 경력만 호봉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상시 구성원이 100명을 넘고 최근 1년 이상의 공익활동 실적이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유급으로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직무 연관성이 없어도 호봉을 인정받게 된다. 직접 업무 연관성이 있으면 100%, 연관성이 없어도 최대 70%까지 인정받는다. 이번 개정안은 유독 시민단체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르면 일단 경력 인정 대상이 되는 시민단체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굵직한 단체를 비롯해 1만3800여 개나 된다. 시민단체 등록 서류상으로 그런 곳도 있겠으나 개중엔 폭력시위에 가담한 단체도 포함돼 있다.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없이 경력단체로 인정한다는 것은 자칫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사설
문재인 정부에 많은 시민단체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이들이 첫 수혜자가 될 규정의 개정안을 덜컥 내놓으니,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정부의 친(親)시민단체 성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민단체만 콕 집어 시혜를 베풀겠다는 것은 속 보이는 행태다. 비정부기구(NGO) 속성상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는 정부 정책을 감시 견제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번 개정안은 시민단체와 정부 사이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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