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사설]보수신당 선언한 비박, 친박·친문 아니면 ‘진짜 보수’인가

입력 2016-12-22 00:00업데이트 2016-12-22 00: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의원 31명이 어제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보수신당’(가칭) 창당 방침을 밝혔다. 동참 의사를 밝힌 3명을 포함한 34명의 비박 의원들은 탈당결의문에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 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당 체제에서 1990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오늘날의 새누리당은 26년간 보수우파 진영을 대표해온 한국의 주류세력이었다. 새누리당은 강령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를 천명했으나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희생 그리고 책임정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4년 전 51.6%의 지지로 당선된 새누리당의 박 대통령이 오만과 무능, 불통 정치에 이어 탄핵 소추라는 ‘정치적 파면’까지 받았으니 보수 성향의 국민 입장에선 개탄할 노릇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비주류에 내주지 않는 패권주의를 고집했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안에서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의 개혁과 혁명을 통한 정치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제 헌정사상 처음 비박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분당(分黨)함으로써 보수세력은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지금의 사태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서 보수가 패했기 때문도 아니고, 같은 보수세력 내에서 노선 갈등의 결과로 초래된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정당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당청관계를 군신(君臣)관계로 왜곡시켰고, 친박은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새누리당을 박근혜 사당(私黨)으로 만들어서다. 비박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당권 때문에 보수 분열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사설
 비박의 보수신당은 앞으로 법치(法治)를 중시하는 공화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새누리당도 분당을 계기로 치열한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그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하면 유력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이다. 지금 보수세력이나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마저 탄핵사태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박이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이를 실천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진짜 보수’를 들먹이거나 보수신당의 깃발을 들 자격도 없을 것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