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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키 작고 굶주린 북녘 아이들의 쓸쓸한 설

입력 2014-01-30 03:00업데이트 2014-0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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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명절이다. 세뱃돈과 설빔, 따뜻한 떡국과 친척들과의 어울림은 행복한 추억이 된다. 양력설을 고집했던 북한도 2003년 구정을 ‘기본 설 명절’로 받아들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설은 쓸쓸한 명절이다. 이번 설엔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과 함께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했으면 한다. 북에서 구걸을 했던 ‘꽃제비’ 출신 탈북 청년들은 “설날부터 재수 없다고 욕만 먹었다”며 “북에서는 설날이 악몽이었다”고 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들일 것이다. 미래 통일코리아를 이끌 새싹들이 핵무장 병영국가의 그늘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북한 영유아의 만성영양불량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양강도로 39.6%였다. 그나마 가장 상태가 좋은 평양에서도 19.6%, 북한 전체적으로는 열 명 중 셋이 영양실조로 앙상하게 말라 있다. 2011년 자료에선 만 11세 남한 남자아이는 평균 키가 144cm, 몸무게가 39kg이지만 북한 아이는 125cm, 23kg으로 큰 차이가 났다. 생후 1000일까지의 영양 공급이 충분치 못하면 커서 아무리 잘 먹어도 키가 자라지 않는다. 학습 능력이나 두뇌 발전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이 자원인 한반도에서 북한 어린이의 발육 장애는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다.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북한 어린이들이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3국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제3국의 북녘 아이들’을 취재한 여기자들은 이들의 기구한 사연에 같이 눈물을 쏟았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하루에 우리 돈 250원이면 기아에 시달리는 한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영양소를 모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정부가 직접 또는 민간단체를 통해 북한에 제공한 인도적 지원은 전무하다. 국제기구를 통해 223억 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사설
정부는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영유아 지원을 망설일 수는 없다. 다만 반드시 굶주린 아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현물 공급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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