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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세계 정보전쟁은 현실’ 인식 아래 도청에 대비해야

입력 2014-01-20 03:00업데이트 2014-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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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지도자에 대한 감청을 중단한다는 국가안보국(NSA) 개혁안을 그제 발표했다. NSA 하청 컨설팅업체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테러 용의자는 물론 세계 35개 정상들을 불법 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진 지 7개월 만에 나온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안보의 이유가 없는 한, 미국의 가까운 친구나 동맹국 정상의 통신 내용을 감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SA의 불법 감청에 발끈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NSA 감청에 놀라는 척했던 일부 국가들은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e메일을 엿보는 프로그램을 강화했다”며 “외국 정부에 대한 감청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의 불법 감청을 사과하는 대신 ‘이중 잣대’를 지적한 셈이다.

NSA 개혁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유럽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였다”고 성명을 냈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NSA의 근본적인 개혁이 빠진 점에 대해 비판적이다.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CNN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감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대화하는 상대는 감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감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국의 가까운 친구나 동맹국 정상’의 범위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한국도 2007년 주요 정보 수집 대상국으로 지정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기밀문서를 근거로 보도했다. 미국은 다음 주 외교 채널을 통해 도청 의혹에 유감을 표하고 한국 대통령도 감청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치 않다..

사설
주요 국가들은 테러 마약거래 군사분쟁 등의 위험으로부터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동맹국 정상의 대화를 더는 엿듣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도 그러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의 치열한 정보전쟁을 현실로 인정하고, 정부는 외국의 스파이 활동에 맞서 만반의 대책을 세우는 게 최선이다. 우리의 국익을 넘보는 건 북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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