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투약 횟수 줄이고 약효기간 늘려 조현병 환자 복약 순응도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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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습니다. 더욱이 조현병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닌 격리 대상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사회적 풍토가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최근 철저히 환자 입장을 고려한 따뜻한 조현병 치료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환자 복용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보호자의 부담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조현병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약물치료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매일매일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최근 대한정신약물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환자가 한 달 이내에 약 복용을 중단할 가능성이 54.3%에 이릅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유독 조현병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낮은 이유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질병의 특성상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아 약물 복용을 거부 또는 임의로 중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화성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가족자조모임 김진일 회장은 “조현병 환자를 돌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제 때 약을 챙겨 먹이는 일이었다”며 “약 먹기를 깜박하는 날이 잦아지고, 때론 환자가 약을 숨기면서 망상·환청이 심해져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복약 순응도 개선을 위해 일반 경구제 외에도 물 없이 복용하는 필름약이나 한 번 복용하면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차병원그룹 계열 CMG제약은 현재 미국에서 입에서 녹여 먹는 필름 형태의 치료제(아리피프라졸 OTF)의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 한 번 투여로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도 이미 나왔는데 한국얀센의 인베가 서스티나와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 메인테나가 대표적입니다. 2010년에 나온 이 약은 월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복약을 잊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중단하던 조현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 달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제를 넘어서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치료제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지난달 국내에서 허가받은 인베가 트린자(하반기 판매 예정)는 1년에 4회 투여로 재발 방지뿐 아니라 증상 조절 효과까지 입증한 혁신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3상 연구를 통해 해당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대부분(93%)에게서 재발 없이 증상이 조절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투여 횟수는 줄고 약효 기간은 늘면서 조현병 환자들의 일상생활 복귀 및 독립적 생활을 도와주고 환자 보호자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 셈입니다.

혈중 약물 농도를 측정해 환자의 복용 순응도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치료하는 진단도구 등도 현재 임상연구 중이어서 앞으로도 조현병 환자의 특성을 배려한 따뜻한 치료제 개발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치료제들이 많은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또 일부 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으면 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약#조현병#이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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