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항생제 사용 관행 개선해 환자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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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과 항생제
2018년까지 150병상 이상 병원…감염관리실 설치 의무화
슈퍼박테리아 병원內 감염 급증…항생제 내성률 높아 경계해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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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경희의료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이미숙 경희의료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대한민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상륙한 지 만 1년이 된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감염병 확산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그리고 병원 안의 ‘감염’이 다른 질병 환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메르스 이후 의료계에서도 감염관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8년까지 15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호자 면회 시스템, 응급실 감염관리 시스템의 개선 방침도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아직 병원 내 감염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약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일명 ‘슈퍼박테리아(MRSA·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본다. 슈퍼박테리아는 병원 내 감염의 대표적인 균이다. 미국에서는 연간 1만9000명이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병원 내 감염은 최근 5년간 12배나 늘었고, 슈퍼박테리아 감염은 4년간 10배 이상 늘었다. 더구나 국내에서 발견되는 슈퍼박테리아들은 항생제 내성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진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을 경우 적절한 치료제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항생제 내성이 강하면 일반적인 항생제는 듣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반코마이신, 타이코플라닌, 리네졸리드 등 세 가지 계열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는데, 슈퍼박테리아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미국, 대만 등 외국에서는 의료진의 항생제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부터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차로 반코마이신, 타이코플라닌 계열을 쓴 다음, 효과가 없으면 리네졸리드 계열을 사용하는 것이 건강보험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환자에게 약이 맞지 않는 경우라도 위 순서대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관행 때문에 슈퍼박테리아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세가지 항생제를 순서대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내성률은 높고 감염 발생은 매년 급증하는데 환자들을 획일적으로 먼 길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하루가 위태한 중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모험을 더 이상은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이미숙 경희의료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health&beauty#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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