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전자레인지로 음식 가열하면 영양분이 파괴된다?

  • 입력 2015년 11월 24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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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음식물 속 물 분자만 선택적 영향 … 가열 필요한 에너지 낭비 적어

1945년 미국의 무선장비회사 레이시언의 레이더 장비 개발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이었던 퍼시 스펜서는 어느날 레이더 장비에 쓸 마그네트론을 연구하던 중 주머니 속 사탕이 녹은 것을 발견했다. 마그네트론은 원통형 관 모양으로 마이크로파(주파수가 높은 전자파)를 내는 장치다. 그는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사탕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옥수수 알갱이를 주머니에 넣어 두고 다시 지켜보자 옥수수는 팝콘이 돼 버렸다.

마그네트론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파가 사탕을 녹이고 옥수수를 팝콘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생각은 옳았다. 스펜서는 1946년 미국 보스턴에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자신이 개발한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레인지(raderrange)’를 이용한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전자레인지는 높이 1.8m, 무게 340㎏의 거대한 몸집에 가격도 약 5000달러로 매우 비쌌다. 이후 개량을 거듭해 현재 가정에서 흔히 볼 수있는 크기의 전자레인지가 보급됐다.

전자레인지(電子range)란 이름은 일본에서 부른 명칭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극초단파 오븐 또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microwave oven)이 정확한 명칭이다. 전자레인지의 가장 큰 단점은 쉽고 빠르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상대적으로 적다. 냄비나 철판을 이용해 음식물을 데우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열을 골고루 퍼뜨린다. 가열온도가 100도를 넘지 않아 고열로 인한 영양 손실이나 유해물질 생성으로부터 자유롭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가열시키는 유전가열(dielectric heating)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의 고유 진동수와 비슷해 음식물 속 물 분자를 충돌시켜 열을 발생시킨다.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등도 진동의 영향을 받지만 미미하다. 유리, 종이, 플라스틱 등 수분이 없는 것은 데워지지 않는다.

전자파로 음식을 가열하는 전자레인지의 구조상 음식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혹에서 출발한 유해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스위스 과학자 한스 허텔 박사는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음식을 먹으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감소하고 몸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올라간다”고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7명의 동료 채식주의자와 호텔방에서 2개월간 우유만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데운 우유를 먹은 사람에게서 ‘암 초기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뒷받침할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그의 주장은 흐지부지 묻혔다.

한스 허텔의 주장을 다시 끄집어낸 이는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코프였다. 그는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하면 영양분이 파괴되고 음식으로서 생명력을 잃게 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전자레인지의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김현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가 “전자렌지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물의 치유 효능이 손상된다”고 주장했다.

전자레인지에 대한 부적정 의견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전자파는 음식물 속 수분의 온도만 올려줄 뿐 식품 특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전자레인지 투시창에 설치된 금속망은 전자파가 외부로 나오는 것을 막고, 제품 작동이 멈추면 전자파는 즉시 사라져 몸에 닿을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름이 많은 식품에 랩을 씌워 조리하면 랩에 사용된 가소제 등이 이행될 수 있어 되도록 랩과 식품이 접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레인지는 음식물 속 수분을 선택적으로 가열해 영양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유해물질로 변할 가능성이 없다. 숯불의 직화처럼 음식물의 속은 덜 익었는데 겉이 타버리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도자기, 유리 등 전자파를 통과시킬 수 있는 용기에 담는 게 좋다. 금속은 전자파를 반사해 음식물을 가열시키지 않는다. 조리실 내 금속과 전자파가 충돌하면 전자기파 간섭이 일어나 스파크나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알루미늄 호일이나 금속용기 사용은 금물이다.

전자레인지는 가정용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험실에서는 화학시료의 온도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 실험실용은 매우 작은 크기의 시료용기에 정확하게 전자파를 맞추기 위해 특수하게 고안돼 있다.

최근 LG전자 등에서 나오는 광파오븐레인지가 기존 전자레이저를 대체하고 있다. 신혼부부들이 대체를 이를 선택하고 있다. 광파, 오븐, 레인지의 장점을 조합한 것으로 3가지 모드가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광파(光波, Light Wave)는 한마디로 코일선 속을 전기가 느린 속도로 흐릴 때 발생하는 빛, 즉 원적외선의 열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오븐은 전기히터에서 발생하는 대류열·복사열로 음식 표면 및 내부까지 서서히 요리하는 것이다. 제품에 따라 100~230도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물분자를 진동시키는 원리다.

대체로 최신 광파오븐레인지는 오븐의 열풍과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웨이브에 빛(광파)을 더해 조리 효율을 높인 것이다
그릴 기능은 히터(오븐)로 음식물 표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는 것으로 두께가 얇은 요리에 적합하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파장이 매우 짧고 강해서 직접 인체에 닿으면 해롭다. 이 때문에 차폐벽이 내부에 설치돼 있다. 광파도 전자파를 내놓긴 하지만 미약해서 인체에 해를 줄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열일 경우 피부 표면에 화상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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