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보청기 착용해 기억력을 되돌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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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보청기의 요건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청각사, 상담사와 함께 난청인을 협진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청각사, 상담사와 함께 난청인을 협진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모 씨(67)는 청력이 떨어지면서 들은 말을 자꾸 까먹는 경우가 흔해졌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듣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는데, 이때 뇌의 인지기능을 과용하면서 대화 중에 들은 말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대화 당시 대화 내용을 집중해서 듣거나 다시 여러 차례 물어봐서 알아들었다고 하더라도 대화 내용을 기억해내는 데 청력이 정상인 또래보다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다.

난청인은 항상 피곤하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이나 특히 대인관계를 갖는 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대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집중해야 하고 눈치를 보는 행동도 역시 피곤함의 이유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하루 종일 쓰다 보니 초저녁이 되면 벌써 녹초가 된다.

특히 상사나 처음 대면하는 상대가 부담스러워지고 각종 만남들이 귀찮아지면서 결국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고독 속으로 숨게 된다. 혼자만 겪게 되는 불편함에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기까지 한다. 사회적인 고립과 원망, 그로 인한 우울증이나 편집증 등이 치매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보청기는 청력을 개선시키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기억력이나 인지력을 회복시키고 사회로의 복귀를 통해 치매를 막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보청기가 난청을 가진 치매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고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이상적인 보청기는 개인마다 달라야 한다. 개인마다 난청의 특징과 정도가 다 다르고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다 다르며, 개인이 접하는 소리의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 듣고자 하는 소리까지도 다르다. 보청기로 듣는 소리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하며, 자신의 난청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청력을 회복해야 하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듣고자 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난청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청기 처방에 앞서 다양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검사를 통해 청력 회복에 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개인이 접하는 소리환경을 분석해 그 실제 소리환경에서 듣고자 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조절함은 물론, 필요하다면 효과적인 청취 전략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 그리고 언어재활치료사 및 상담사가 한 팀이 되어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한 청력 검사결과만으로는 개인의 난청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채 보청기를 처방할 위험이 있다. 또 보청기 착용 후 청력 회복에 대한 객관적인 검사가 없거나 착용자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소리환경을 반영하지 않는 식의 획일적인 관리 방식으로는 결코 보청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내 대다수 보청기 착용자들이 경험하는 보청기에 대한 실망감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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