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로켓, 어떤 기술 필요할까
정부, 재사용 발사체 개발 추진… 현재 美 스페이스X만 상용 성공
재사용엔 발사체 엔진 회수가 핵심… 손상 최소화할 ‘수직이착륙’ 필수
국내 스타트업서 기술 확보에 집중
‘엔진 재점화’로 낙하 안정성 향상… 항우연, 국내 유일하게 기술 보유
2023년 5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우주항공청(우주청)은 누리호 다음 국가 주력 발사체인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하도록 사업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공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정부가 지난달 25일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2032년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하도록 사업 변경 검토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주 발사체의 메인 엔진을 발사 뒤 회수해 여러 번 재사용하는 재사용 발사체가 전 세계 우주 산업 트렌드로 올라서자 한국도 이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9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중국, 유럽,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스페이스X만이 완전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 ‘팰컨9’, ‘팰컨해비’를 이용해 유일하게 상용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비행체 수직이착륙, 정밀 제어, 엔진 재점화, 로켓 회수 기술, 내구성 향상 등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돼야 한다.
우주 발사체는 통상 상단의 탑재체와 탑재체 아래의 엔진으로 구성된다. 발사체에 실리는 위성이나 탐사선, 착륙선, 우주망원경 등이 탑재체다. 발사체를 여러 번 사용하려면 우선 한번 사용한 발사체의 메인 엔진을 원하는 위치로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의 1단을 원하는 위치에 돌아오게 해 회수한 뒤 연료와 산화제를 다시 채워 재발사한다. 수백 t의 쇳덩이를 대기권으로 날렸다가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손상 없이 엔진을 회수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수직이착륙 기술이 필수적이다. 발사 시 가장 먼저 연소된 뒤 분리되는 1단 엔진이 자유 낙하할 때 낙하 지점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마지막 단계에 남은 연료를 태워 수직으로 세운 뒤 서서히 속력을 줄여 착륙하게 하는 기술이다. 수직이착륙이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만큼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시험기체를 이용한 수직이착륙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수직이착륙 과정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성항법장치 등을 이용해 분리된 발사체의 자세와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고도의 기술도 요구된다. 관성항법장치란 발사체 스스로 위치를 감지해 목적지까지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계산과 어긋난 상태로 낙하 비행하면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발사체 기업들은 발사한 뒤 정지비행(호버링)을 통해 정밀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돕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계산대로 자세와 낙하 지점을 잘 잡았다고 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착륙할지 알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낙하하면 기체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로켓의 연착륙을 위해선 엔진 재점화 기술이 필요하다. 엔진 재점화 기술은 엔진의 연소가 종료된 후 다시 엔진을 점화시키는 기술이다. 여러 번 엔진을 껐다 켜며 역추진하는 방식으로 낙하 중 안정적인 속도와 자세로 떨어지도록 돕는다.
국내에서 엔진 재점화 기술을 확보한 곳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유일할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이다. 엔진이 연소를 끝낸 뒤 정확히 원하는 시점에 산화제와 연료를 섞이게 한 뒤 점화제를 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화제 냉각, 밸브 조절 등 20여 가지의 작동이 필요하다. 작동 하나만 잘못되어도 엔진이 폭발할 수 있다.
항우연은 2021년 9t급 액체엔진이 320초간 1차 연소한 뒤 370초 뒤 다시 점화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재점화 기술을 이용하면 낙하 지점을 더욱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발사체가 여러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도울 수도 있다. 연소 종료 후에도 무중력 비행을 통해 궤도상에서 원하는 위치에 도달한 후 재점화해 궤도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반 기술을 운용하려면 발사체의 엔진과 기체 자체의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엔진 재점화를 하려면 한번 발사된 뒤 재점화용 연료를 남겨 낙하 지점으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연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높은 성능의 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체의 내구성도 중요하다. 우주발사체 발사는 고온, 고압 등 극한 환경을 겪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체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사용할수록 로켓의 경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기체를 제조하는 기술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서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 하나하나를 완벽히 확보해야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항공우주학과 대학 교수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구성하는 작은 기술 하나만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하기 어렵다”면서 “고도의 노력이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25-03-10 11:35:08
이런 전혀 몰라도 되는 기사를 길게 쓰면 아는 사람은 알아서 안 읽고 모르는 사람은 필요 없어서 안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