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기술 습득 위한 체계적 교육 ‘로봇수술 명의’ 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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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메디컬센터]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
첫 수술후 8000건까지 12년 남짓… 성장세 가팔라 연내 1만건 넘을듯
신경-혈관 손상 덜해 흉터 적지만, 고난도 작업 감안 의료진 훈련 강화
5개 분야 45개 항목으로 세분화… 시뮬레이터 통해 두달간 집중훈련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로봇수술 시뮬레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개 분야의 45개 프로그램이 내장된 이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술에 임할 수 없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로봇수술 시뮬레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개 분야의 45개 프로그램이 내장된 이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수술에 임할 수 없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로봇 수술은 2005년 국내에서 처음 시행됐다. 어느덧 18년째. 로봇 수술은 외과 수술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웬만한 대형 병원이라면 모두 로봇 수술을 시행할 정도다. 수술용 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용 로봇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 병원마다 로봇 수술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로봇 수술 1만 건 돌파가 예상되는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의 송교영 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을 만났다. 송 교수에게 로봇 수술의 현주소와 해결 과제를 들어봤다.

○ 서울성모병원 로봇 수술 빠른 성장세
서울성모병원은 2009년 3월 로봇수술센터의 문을 열었다. 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전문의와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으로 꾸려졌다.

로봇 수술 선두 병원에 비하면 후발 주자지만 발전 속도는 빠른 편이다. 가령 로봇 수술 100건을 돌파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수술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1000건을 돌파하는 데 걸린 기간은 49개월(4년 1개월). 100건을 돌파할 때와의 기록에서 21개월(1년 9개월)을 앞당겼다. 2000건을 돌파하는 데는 32개월(2년 8개월), 3000건을 돌파하는 데는 20개월(1년 8개월)이 걸렸다. 시간이 단축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누적 8000여 건의 수술을 기록했다. 송 교수는 “국내 최단시간에 달성한 성과”라고 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올해 안에 로봇 수술 1만 건 돌파가 거의 확실하다.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진료과는 비뇨의학 분야다. 서울성모병원도 비슷하다. 전체 로봇 수술의 37%가 비뇨기 계통 수술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립샘 56% △신장 31% △방광 9% △요관 3% 순이다.

산부인과 분야에서도 로봇 수술을 적극 활용한다. 김미란 산부인과 교수는 2019년에 아시아 최초로 자궁근종 절제 로봇 수술 1000건을 돌파했다. 김 교수는 앞서 2018년에는 희귀 자궁근종인 ‘혈관평활근종’을 세계 처음으로 로봇 수술로 제거했다. 이 사례는 국제학술지에도 보고됐다. 당시 수술을 받은 30대 환자는 치료 후 자연 임신으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로봇 수술 장단점 찬찬히 들여다봐야”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신경조직이나 혈관이 덜 손상된다. 게다가 작은 구멍만 뚫고 수술한다. 이 때문에 흉터도 작고 수술 후 통증도 작으며 회복도 빠르다.

반면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는 당분간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수술용 로봇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들이 주로 쓰고 있는 수술용 로봇은 미국 기업이 만든 ‘다빈치’다. 현재 130여 대가 국내에 수입돼 있다. 이 로봇은 대당 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른다. 국산 로봇의 개발과 상품화가 적극 이뤄지면 수술비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장단점 외에 로봇 수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무엇보다 로봇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현재보다 더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교수에 따르면 로봇 수술은 ‘편한’ 수술이 아니다. 굉장히 민감한 장치를 다뤄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 기술을 의사가 직접 배울 수 있는 현장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메스를 들고 수술하던 과거에는 의사 3, 4명이 한 팀을 이뤘다. 복강경 수술을 할 때는 2, 3명으로 줄었다. 로봇 수술을 할 때는 팀 자체가 필요 없게 됐다. ‘보조 의사’로 수술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고 기술을 배울 환경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송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밀하고 체계적인 시뮬레이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트레이닝 절대적으로 필요”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왼쪽)이 신형 수술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왼쪽)이 신형 수술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의 로봇 수술 성과가 좋은 비결에 대해 송 교수는 ‘트레이닝센터’를 꼽았다. 트레이닝센터에서 의료진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트레이닝은 대부분 병원이 진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로봇 수술 트레이닝센터는 무엇이 다를까.

송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의 로봇 수술 트레이닝센터는 2013년 아시아에서 5번째로 문을 열었다. 햇수로 10년째다. 복강경, 흉강경, 내시경 수술, 로봇 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절개 부위를 작게 하는 수술)의 모든 것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곳이다. 의대생부터 전임의, 해외에서 연수 온 의사들까지 이곳을 거쳐 갔다. 지난해 말까지 9605건의 교육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여러 훈련 프로그램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로봇 수술 시뮬레이터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이 의사들에게 편할 것 같지만 일반 개복 수술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며 “새로운 수술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 장비를 활용해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로봇 수술을 할 때는 의사의 손이 환자 몸 안으로 들어갈 일이 없기에 촉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로 상처 부위를 꿰맬 때 어느 정도의 힘으로 로봇을 작동시켜야 하는지는 경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무심코 잡아당겼다가 실이 끊어질 수도 있고, 도구들이 환자의 몸 안에서 뒤엉킬 수도 있다. 또 시야에서 벗어난 부위에서 출혈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모든 훈련 과정은 전체 5개 분야 45개 항목으로 세분돼 있다. 매일 2시간씩 훈련할 경우 보통 2개월이 걸린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한 의사는 로봇 수술에 참관할 수는 있지만 ‘집도’할 수는 없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 시대에는 그에 맞춰 트레이닝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로봇 수술의 명의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봐 달라”며 웃었다.

이 트레이닝센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외부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전공의들이 참여한 토너먼트에서 매년 대상이나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로봇수술학회(ACRS) ‘로봇 탑 쌓기 게임’ 집도의 부문에서 우승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적극 대응해야”
서울성모병원은 이 트레이닝센터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송 교수는 “장비를 늘리고, 수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의 품질을 높이는 게 먼저”라고 했다. 세계적인 로봇수술센터가 되려면 단 한 번의 의료 사고가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로봇 수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은 단지 로봇을 이용하는 현재 방식을 넘어 원격의료 혹은 사람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는 완전한 로봇 수술 등 새로운 의료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수술센터 소속 43명의 교수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새로운 의료 테크놀로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보통 2개월마다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로봇 수술 1만 회를 돌파하는 올해 말에는 대규모 콘퍼런스를 계획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로봇수술센터#로봇 수술#의료진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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