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오일로 먹어도 될까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6-24 03:00수정 2020-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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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마성분 의약품 처방 허용
뇌전증-다발성경화증 완화 효과… 실효성 높이기위해 보험 적용 필요
대마씨유, CBD 성분과 혼동 말아야
의료용 대마가 소아뇌전증 등 일부 질환에 허용되고 대마의 유효성분인 CBD가 각종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CBD함유 오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오일의 효능이 과장된 부분이 적지않다며 오남용을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에 의해 대마의 생산과 매매, 흡연이 엄격히 통제·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1월 마약류로 인식되던 대마를 의료용으로 일부 사용하도록 허가하면서 작년 3월부터는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이 본격 시행됐다.
현재 대마의 유효성분인 CBD(칸나비디올)의 의약품 수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산하기관인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만 담당한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아직 부실한 탓인지 정작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들은 약값이 너무 비싸고 약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게다가 식약처에서 일부 식품으로 수입을 허용한 햄프씨드오일(대마씨유)과 CBD의 효과를 혼용해 사용하면서 과장하는 글이나 영상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마씨유, CBD 의약품과 혼동하지 말아야
대마에는 ‘칸나비노이드’라는 104가지의 천연 화합 물질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성분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데 반해 CBD는 환각 성분이 없고 희귀 난치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BD 적응증에는 뇌전증과 성인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등이 있다. 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졸음, 식욕 부진, 설사, 피로, 불안, 무기력,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가 현재까지 승인한 대마 성분 의약품은 CBD가 함유된 에피디올렉스, CBD와 환각 성분인 THC가 함유된 사티벡스 등 총 4종이다.

대마가 이미 양성화돼 있는 미국과 캐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의약품 외에도 각종 CBD 제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CBD 젤리·사탕·쿠키와 같은 식품이 출시됐고 CBD 화장품도 있다. 일부에선 CBD가 경증 불안장애, 스트레스, 우울증을 완화해주고 피부 트러블, 관절염,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급기야는 THC 성분을 조금 섞으면 더욱 효과가 커진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THC, CBD는 ‘대마 성분’ 의약품으로 분류돼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성분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마오일은 THC를 제외한 대마 식물의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보람 CBD LAB ASIA 제약 대표는 “식품으로 판매되는 대마오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올리브유, 야자유 같은 식물성 오일”이라며 “유효성분인 CBD가 포함되지 않은 단순 오일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마오일을 구입할 때는 식약처의 성분 검사표 등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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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환자는 처방 받기 어렵고 가격 비싸
만성통증 치료는 많은 부분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된다. 마약성 진통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용량을 계속해서 늘려줘야 한다는 것. 요구량을 감소시키면서 통증을 줄이기가 어렵다. 또 마약성 진통제는 구토 등의 부작용 발생률도 높다. 민두재 고려대 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CBD를 마약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른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생물학적 중독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항구토 작용이 있고 진통효과가 있는 CBD를 마약류 진통제의 대체제로 고려해볼 수 있다”며 “만성통증에는 향정신성 약물인 THC가 함유되지 않아도 CBD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는 이미 만성통증에 60% 이상 CBD가 처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적응증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환자와 시민단체는 절박한 환자들을 위해 의료용 대마 처방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의사 처방을 받은 환자에게 CBD 의약품을 공급한다. 3개월을 복용할 수 있는 에피디올렉스 100mL 한 병은 160만 원 정도다. 사티벡스는 1팩당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한 달에 100mL를 복용해야 하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간질성 뇌병증) 소아의 경우 큰돈이 든다.

뇌전증 환아를 가진 부모는 “우리나라에서 에피디올렉스 의약품 외에 CBD가 들어있는 모든 제품은 불법”이라며 “비싼 가격에도 어쩔 수 없이 처방받은 약을 구입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에피디올렉스 보험 적용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CBD오일, 만병통치약인가… 남용 우려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아뇌전증에 의료용 대마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다. 강훈철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에피디올렉스가 의료용 대마로 허가되고 레녹스가스토증후군, 드라벳증후군에 1년여간 사용해본 결과 100명 중 3·4명에서 증상이 완전히 조절됐고 나머지 환자에서는 발작이 5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하지만 이는 기존에 사용하던 뇌전증 약물들과 비슷한 정도로 항간에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효과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대마오일이 식품으로 수입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남용과 불법 유통 등 부작용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는 THC가 기준치(10mg/kg 이하) 함유된 제품에 유통 허가를 해주고 있지만 최근 이 기준치를 훌쩍 넘긴 제품이 유통되면서 판매 중단·회수 조치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독연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마의 중독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관계자는 “대마에서 THC 성분을 빼고 사용한다 해도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어렵다”며 “향정신성 물질은 미량이라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중독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산업계에서 대마가 중독성이 적고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의존적인 중독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구입한 대마오일 제품은 식약처의 THC 성분 검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보람 대표는 “THC 허용 함량 기준이 각 나라마다 다르다”며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한 제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통관 절차를 거치지만 자칫 국내에서 허용된 기준치 이상의 THC함유 제품을 구입했다면 마약사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용 대마 사용이 허용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관계 부처와 업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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