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시민들이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있다. 사진=동아일보 DB
최근 전국 곳곳에 기습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기상청의 ‘지각 경보’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높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28일 밤, 기상청은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지역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 뒤였다. 뒤늦게 발령된 ‘지각 경보’에 시민들은 ‘기상청이 아니라 중계청’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비가 내리는 상황을 목격한 후에야 경보를 내렸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은 이른바 ‘가을 장마’에 왜 속수무책이었을까.
이와 관련해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정확한 예보를 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기상청의 예측이 부정확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그거는 기상청도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이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 관해 “이번 호우는 26일 남부 지방부터 시작된 가을장마로 발생했다. 그런데 이 가을장마가 매년 나타나지 않지만, 발생을 하면 상당히 강한 비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가을장마가 강한 것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여름 장마보다 강하기 때문에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국지적인 폭우를 쏟아 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가을장마 예보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화를 내신 것은 일단 정확한 예보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 호우 예측은 비교적 정확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상청이 28일 밤 서울 지방에 내렸던 국지적 호우를 예측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에 발표된 호우 예비특보도 없었고, 또 비가 서울 북부에 내리기 시작했음에도 호우주의보나 경보를 늦게 발령하다 보니까 ‘예보가 아니라 중계가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또 워낙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가 컸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불만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8일 서울 폭우 당시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도 빈축을 샀다. 문자에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다. 30년 가까이 기상청에 근무했는데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보니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반 센터장 역시 “기상청 예보국장이 이번 서울 호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문자로 보내면서 논란이 됐다. 그런데 내가 예보관 생활 40년째인데 정말 이런 사례는 처음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작년 또 올해 미국, 일본 여기서도 태풍이나 호우 예측을 잘못해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걸 보면서 지구온난화와 심각한 기후 변화가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기상청에서도 이런 기후 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보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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