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인공지능으로 신약 개발… 글로벌 경쟁력 갖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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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구체화
제약바이오협회, 준비 작업 한창
빅테이터와 결합으로 성공률 높여
시간-비용 줄어 세계 무대서 기회

각 사 제공
각 사 제공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비용은 증가하지만 성공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결합한 인공지능(AI)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켜 제약 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내 200여 개 제약사가 가입한 최대 제약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내년 AI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을 구체화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범부처 AI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이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제약 산업의 생산성 하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AI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런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과 업무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내년 1월 AI 센터의 추진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추진단장을 비롯한 인력, 예산과 사무실 마련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진단은 1년의 활동기간을 갖고 산업계의 수요에 맞는 최적의 신약개발 AI를 도입해 사용 환경의 기반을 조성할 예정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빅데이터와 결합한 AI가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4∼5년에 이르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단계를 약 6분의 1로 단축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가 AI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된 영향이 크다. 일본 다케다제약, 시오노기제약, 후지필름 등의 제약기업은 교토대 등과 함께 신약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다케다제약은 향후 AI가 개발한 신약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얀센도 AI를 이용해 임상단계 후보물질에 대한 평가와 난치성 질환 타깃 신약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IBM의 AI 기술을 적용한 ‘왓슨 포 드러그 디스커버리(신약 탐색용 왓슨)’를 통해 면역 및 종양학 연구에 나섰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정보기술(IT) 기업 엑시엔시아와 협력 계약을 맺고 AI 개발에 4300만 달러(약 468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AI를 통해 인간이 아직 알아내지 못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견하는 데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뒤처져 있는 국내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AI가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1999년 1호 신약을 선보일 정도로 후발 주자다. 최근 20년간 29개의 자체 개발 신약을 탄생시켰다. 원천 기술조차 없던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이전하며 이제는 세계무대로 진출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그동안 높은 품질의 의약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가장 큰 제약이었다. 하지만 AI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기회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역량을 축적한 국내 제약사들 다수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한 해였다.

한미약품은 최근 자체 개발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 임상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도출했다. 포지오티닙 임상을 이끄는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 소속 존 헤이마크 교수는 “포지오티닙이 비(非)소세포 폐암 중 엑손20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에 대해 기존 치료제보다 획기적인 약효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중추신경계 전이와 연수막(뇌척수액) 질병 환자에게도 약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임상 2b상 진행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렌플렉시스(SB2·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판매 허가 승인, 임랄디(SB5·휴미라 바이오시밀러)와 온트루잔트(SB3·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뿐 아니라 신약 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8월 일본 다케다제약과의 신약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제품인 ‘TAK-671’의 공동 개발에도 착수했다. 5년간의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플랫폼과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회사 측은 평가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녹십자셀은 올해 1∼9월 누적 매출액 137억90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4.7%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19억 원을 넘었다.

녹십자셀은 면역 항암제 ‘이뮨셀-엘씨’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초엔 중국 하얼빈후박동당생물기술유한회사와 합작협약을 체결했다.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회복하면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州)와의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미국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최초 당뇨치료 신약 ‘제미글로’의 국내 누적 매출액 1600억 원을 달성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및 스텐달 등과 해외 판매 계약을 통해 현재 인도, 태국, 중남미 국가 등에서 제미글로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7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제미글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혈당 변동 폭이 개선되고 신장 보호 효과도 나타났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 30여 개국에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한층 가속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제약 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등 독립국가연합(CIS)의 정부 부처 및 제약협회와의 교류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희목 회장은 “벨기에를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의 제약협회는 물론 유럽 제약산업협회(EFPIA)와의 양해각서(MOU) 등 보다 구체화된 협력이 진척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제약바이오협회#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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