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오존층 ‘회복’의 희망 스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여름의 위기감은 선선한 가을바람에 어느덧 무장해제다. 여름철 꼼꼼하게 덧바르던 선크림도 가을 나들이 준비에 들떠 종종 잊게 된다. 그런데 가을철 자외선이 여름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

과도한 자외선이 피부와 눈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만큼이나 뜨거웠던 환경 이슈가 오존층 파괴였으니 말이다. 당시 오존층 파괴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됐다. 오존층 구멍이 매년 급격하게 확대되어 2200만 km²에 달하던 1992년 미국에서는 오존층 파괴 실태조사 등 지구 대기권을 연구하기 위해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를 발사했다. 오존층 구멍의 크기가 커질 때마다 국내 언론도 관련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초중고교에서 오존층 파괴는 학생들의 단골 과제 주제였다. 초등학생들이 ‘프레온가스’라는 어려운 용어를 척척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존층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1950년대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70년대 들어 에어컨·냉장고 냉매제와 스프레이 캔류의 분사제로 많이 사용되던 프레온가스(CFCS)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1980년대 미 항공우주국에서 오존층 구멍의 크기를 최초로 측정해 세상에 알렸다. 오존층은 태양광선으로부터 자외선을 흡수하는 일종의 ‘지구의 우주복’이다. 오존층 파괴는 피부암, 각막 손상, 실명을 유발하고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저하시켜 생태계 균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도 9월 16일은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로 지정되어 있고 주요 포털에선 대기환경 정보로 미세먼지, 자외선과 함께 오존 농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오존층 파괴 문제가 언젠가부터 회자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존층 파괴가 더 이상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존층 구멍은 199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이후 200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65년이면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과학자는 1987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의 효과로 보고 있다.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인류가 보여준 행보는 오늘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과정과 오버랩된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프레온가스 규제와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규제는 목적과 추진 과정에서 여러모로 닮았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프레온가스 사용이 규제를 받으면서 그 대체물질로 나온 수소불화탄소(HFC)는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오존층 파괴 문제는 개선이 되었으나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는 트레이드오프 상황에서, 일본은 벌써 대체물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는 방법이 프레온가스를 수소불화탄소로 대체하는 과거의 단순한 방식을 따라서는 곤란하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근본적인 방책이 필요하다. 몬트리올 의정서가 ‘규제’였다면 파리협정은 시민 참여에 바탕을 둔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기회’이다. 프레온가스 규제가 30년 만에 오존층 구멍의 감소라는 ‘유례없는 환경적 성공 스토리’를 이뤄냈다면 ‘기회’의 가치가 반영된 기후 규제의 성공 가능성은 이보다 낙관적이지 않을까.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과도한 자외선#오존층#몬트리올 의정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