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인데… 벌써 모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과학으로 모기예보 시스템 개발

‘애애애앵.’ 병상에 누운 사람도 벌떡 일으킨다는 소리. 바로 모기 소리다. 깊은 잠을 자다가도 한밤중 이 소리에 깨면, 매의 눈으로 벽을 훑으며 모기와의 싸움을 선포한다. ‘내가 오늘 너 꼭 잡고 잔다!’ 하지만 생각처럼 모기들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엔 모기가 나타나는 시기도 더 빨라졌다. 모기와의 원치 않는 공생의 시간은 더 길어만 질 것인가.

○ 모기, 잡기 어려운 이유

하얀 벽에 다소곳이 앉은 모기를 발견하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이 먼저 나간다. 힘껏 내리치지만 번번이 실패. 그런데 우리가 모기를 쉽게 잡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굼떠서가 아니다. 모기의 비행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다.

모기의 뛰어난 비행 능력은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영국 런던대 왕립수의대 운동구조연구실 소속 동물학자 리처드 봄프리와 공동연구팀은 네이처 4월 5일자에 모기의 비행 능력이 다른 곤충, 새, 박쥐 등보다 월등한 이유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열대집모기의 비행을 고속 촬영해 모기의 날갯짓을 관찰했다. 그 결과 모기는 초파리, 꿀벌 등과 같은 조건으로 비교했을 때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가 44도로 가장 작았다. 곤충은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가 작으면 비행 속도가 빨라진다.

날개의 가로세로 길이 비가 4.2로 평균 3 정도인 다른 날짐승보다 큰 것도 모기의 장점이다. 날짐승은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날개를 아래로 내리면서 위로 나는 양력을 만든다. 날개의 위쪽 가장자리에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날개 윗부분이 받는 압력을 낮추며 몸을 공중에 띄운다. 이에 비해 모기는 날개를 위아래뿐 아니라, 앞뒤로도 움직여 날갯짓에서 발생한 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프리는 “모기는 다른 곤충에 비해 날개가 길고 얇아서 비슷한 크기의 곤충보다 4배 빠르게 날 수 있다”고 밝혔다.

○ 해마다 출현 시기 빨라져


모기는 잡기도 어려운데, 출현 시기마저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4일 제주 지역에서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10년 전인 2007년(4월 20일에 처음 발견)보다 2주일이나 빠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이미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모기 출현 시점이 조금씩 빨라지는 이유는 아직 규명이 필요하다. 장규식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은 “해가 갈수록 작은빨간집모기는 물론이고 다른 모기들의 활동 시작 시기가 빨라지고 있으며, 원인은 고온 현상, 강수량, 기후변화, 풍향, 풍량 등 다양하겠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모기를 잘 피하려면?


일기예보처럼 모기 활동도 예측할 수 있다. 서울시는 김호,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와 함께 모기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기온, 습도 등 기후 요인을 측정하고, 자동 모기 수집 장치로 얻은 자료를 활용해 ‘모기활동지수 방정식’을 개발했다. 여기에 기상청 기온 값을 대입하면 그날의 모기활동지수를 계산할 수 있다. ‘쾌적’ ‘관심’ ‘주의’ ‘불쾌’ 등 4단계로 모기예보를 하며, ‘불쾌’ 단계인 날에는 야외 활동에 주의해야 한다.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나 천연재료의 냄새를 이용하면 모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흡혈을 하러 오는 모기는 이미 짝짓기가 끝나고 알을 낳기 위해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암컷 모기다. 교미가 끝난 암컷 모기는 다른 수컷 모기를 피하려 들기 때문에 수컷 날갯짓 소리가 들리면 그 지역을 피해 날아간다. 모기 기피용 초음파 발산 제품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다만 모기마다 초음파의 영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모기를 100% 피할 수는 없다. 또한 모기는 국화, 계피, 민트류, 마늘, 오렌지와 레몬 냄새 등을 싫어한다. 시중에 파는 이런 성분이 들어간 모기 기피제를 사용해서 모기의 괴롭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모기예보 시스템#모기#모기 기피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