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섬유-천연염색으로 아토피 잡아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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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첨단기술 융합해 ‘착한 의류’ 개발

박윤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천연 염료 프린팅 기술과 기존 날염 기술을 혼용해 1월 제작한 의상. 현대적인 프린팅 기법을 썼지만 전통 염색의 색감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박윤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천연 염료 프린팅 기술과 기존 날염 기술을 혼용해 1월 제작한 의상. 현대적인 프린팅 기법을 썼지만 전통 염색의 색감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최근 5년간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료를 받은 국민은 약 500만 명. 이 중 44%는 9세 미만 어린이다.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음식은 물론이고 피부에 직접 닿는 옷도 자극이 적은 소재로 고르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김현철 청운대 패션디자인섬유공학과 교수팀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에서 새로운 친환경 저자극성 섬유 소재를 찾고 있다. 김 교수팀은 국내 바닷가에 서식하는 함초, 제주 해안에서 자라는 신서란(新西蘭), 거대억새, 연꽃대 등 4종류의 섬유 원료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4종류의 원료 모두에서 황색포도상구균과 폐렴균이 99.9% 살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최근 닥나무에서 뽑아낸 닥섬유에 양모를 3 대 7 비율로 섞어 새로운 혼방사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천연식물 등 전통 소재로 섬유를 제작할 경우 국내에는 아직 균등한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섬유 원료 확보부터 원단 제조까지 공정이 체계적으로 확립될 경우 전통 소재를 이용해 1000억∼3000억 원에 이르는 새로운 섬유 시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전통 소재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는 이미 여럿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마 생산량에서는 세계 최대다. 김 교수는 “중국은 원료가 풍부한 대신 원사 강도나 내구성, 균일성 등 섬유 기술이 부족해 고품질 의류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은 모시로 고품질 원사를 뽑아내며, 유럽은 대마와 아마 원사에 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색 기법도 중요하다. 박윤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천연 염료를 기존의 화학 염료처럼 프린트용 잉크로 사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유럽은 천연 염료를 전처리 하는 기술에서 독보적이고, 일본은 천연 염료를 써서 프린트하는 장비 개발에서 앞서 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천연 재료에서 색소를 추출해 섬유 프린트용 잉크를 개발하고 있다. 천연 잉크를 이용한 디지털 프린팅은 전통 문화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만큼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되는 분야다. 그는 “프린트용 잉크는 최소 6개월간 변질되지 않고 장기간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관할 때에는 잘 굳지 않으면서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재빨리 마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홍화에서 붉은색을, 치자에서 노란색을, 쪽에서 파란색을 뽑아내는데, 이들을 채취한 지역이나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져 표준색을 정하기가 어렵다”며 “천연 색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색의 표준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융합기술과장은 “유럽 등에서는 환경 규제가 심화되면서 인체 친화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 요소를 갖춘 천연 염색과 천연 섬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우리의 전통기술과 첨단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향후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전통섬유#천연염색#아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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