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청개구리야, 무럭무럭 자라다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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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1급 지정 토종 청개구리… 현재 전국에 800개체 미만 서식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팀, 복원 작업… 알 부화시켜 키운 150개체 방사
다 자랄 때까지는 2년 정도 걸려


25일 저녁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인근 일월저수지에 마련된 작은 논. 논바닥에 수조를 내려놓자 1cm 남짓한 연두색 개구리 80마리가 차례로 뛰어올라 풀 사이로 사라졌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사진)팀이 실험실에서 알을 부화시킨 뒤 직접 키운 수원청개구리의 어린 성체다.

지난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 논에는 수원청개구리 150개체가 방사됐다. 장 교수는 “수원청개구리는 현재 전국적으로 800개체가 채 안 돼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토종 청개구리”라면서 “방사한 수원청개구리 중 10%가량만 살아남으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AZASTUDIO 남윤중 제공
AZASTUDIO 남윤중 제공
수원청개구리는 1980년 일본 생물학자가 수원에서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수원엔시스(suweonensis)’라는 종(種)명이 붙었다. 다 자란 성체가 3cm 안팎으로 청개구리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작고, ‘칵! 칵!’ 하며 짧게 끊어지듯 노래하는 점이 특징이다. 나무에서 휴식을 취하는 다른 청개구리와 달리 논두렁 풀밭에서 쉬다가 밤에 논 중앙의 모에 매달려 노래하는 것도 수원청개구리만의 ‘장기’다.

수원청개구리 살리기는 2012년부터 장 교수가 ‘어린이과학동아’가 진행하는 ‘지구사랑탐사대’와 함께 전국 서식지 70곳을 전수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까지 3년간 전국을 샅샅이 뒤진 결과 수원청개구리가 실제로 서식하는 곳은 14곳으로 집계됐다. 서식지가 5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장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해 생태학 분야 국제 학술지 ‘생태 정보학(Ecological informatics)’ 8월호에 발표했다. 그는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로는 넓은 논이 적합한데, 도로나 택지 개발로 논이 쪼개지거나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며 “개체와 서식처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사한 수원청개구리가 다 자랄 때까지는 2년 정도 걸린다. 내후년 봄 번식기에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가 포착되면 성공으로 간주한다. 장 교수는 “일월저수지가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야생 환경에 가장 가깝게 조성된 만큼 방사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팀은 이번에 방사된 수원청개구리의 환경 적응도를 추적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매년 새로운 개체를 방사해 점점 수를 늘릴 계획이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생물 복원사업은 산양, 반달가슴곰 등 대부분 야생에서 멸종됐거나 찾아보기 힘든 생물이 대상이었다”면서 “수원청개구리는 우리 가까이에 서식하는 친숙한 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은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gomu51@donga.com
#수원청개구리#멸종위기#장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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