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치료+미용, 주사에서 화장품으로… 보톡스, 빠른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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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성형 시장의 뜨거운 핵, 보톡스

50대 주부 이애린(가명) 씨는 요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술을 받는 것을 고민 중이다. 얼마 전 고교 동창회에 나갔더니 얼굴에 주름이 많아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얼굴 살이 빠지고 피부탄력을 잃어 볼이 처지면서 입 주변에 팔자 모양의 주름도 생겼다. 동창 중에는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았다며 팽팽한 피부를 자랑하는 친구도 여럿 있었다.

이 씨처럼 요즘 중년들 사이에서는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이 인기다. 프티성형이라고 불리는 보톡스나 필러는 칼을 대는 성형수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최근엔 바르는 보톡스 성분의 화장품도 나와 프티성형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한증, 안검경련에도 쓰이는 보톡스

보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안과의사 앨런 스콧 박사가 개발했다. 보톡스는 1989년 눈가 근육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1992년 캐나다 안과의사가 주름 개선 효능을 발견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미용 효과가 입증됐다.

원래 보톡스는 신경 치료를 위해 발명됐다. 스콧 박사는 양쪽 눈의 시선이 서로 다른 사시를 치료할 목적으로, 생화학 무기로 사용되는 신경독성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을 정제해 근육의 움직임을 완화시키기 위해 개발했다.

보톡스의 주성분인 보툴리눔 톡신은 라틴어로 소시지를 뜻하는 보툴리누스에서 유래했다. 소시지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독(톡신)이라고 해서 보툴리눔 톡신으로 불렸다. 보툴리눔 톡신은 정제된 1g만으로도 수만 명을 호흡근마비로 사망하게 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강력한 신경 독소 중 하나다. 이런 맹독이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품을 일컫는 해피드럭(happy drug)으로 바뀌게 됐다.

초기에 주로 주름 개선용으로 쓰이던 보톡스는 현재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된다. 안과에서는 사시, 안검경련(눈꺼풀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현상), 안면경련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치과에서도 사각턱을 교정하고 이갈이를 완화하는 데 사용한다.

재활의학과에서도 보톡스가 유용하다. 근육경직 치료법으로 쓰이는데, 보툴리눔 톡신을 특정 근육에 투여하면 근육을 수축시키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할 수 있다. 이는 경구용 약 복용이나 수술치료와 비교했을 때 특정 근육에만 영향을 주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됐다. 이 밖에 소아뇌성마비, 뇌중풍(뇌졸중) 뒤 근육강직, 근막동통증후군에도 쓴다. 근막동통증후군이란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겨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비정상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 치료에도 보톡스 치료가 효과적이다. 피하 조직에 소량 주입하면 땀샘을 파괴해 땀을 억제하며 6∼12개월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다한증 중에서 특히 겨드랑이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전립샘(선) 비대증, 요실금, 성대 결절, 과민성 방광증 등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해 쓰임새가 다양하다.

찌르는 것에서 바르는 보톡스도 나와

보툴리눔 톡신은 미국의 다국적 회사 앨러간이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보툴리눔 톡신의 세계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원 정도로 이 중 85%를 보톡스(앨러간)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제오민(제조사 멀츠), 메디톡신(제조사 메디톡스), 보툴렉스(제조사 휴젤파마) 등 8종류다.

국내서는 앨러간의 보톡스가 1996년 처음 수입 허가를 받았다. 국내 시장(700억 원 수준)에서는 보톡스와 메디톡신(메디톡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대웅제약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5년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한 보톨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국내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이 약품으로 미국 유럽 중동 남미 등 60여 개국에서 이미 7000억 원 규모의 수출 판매 계약을 했다.

최근엔 보툴리눔에서 유래한 성분을 함유한 일명 ‘바르는 보톡스’ 화장품도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주사로 치료하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미다스킨이 이달 출시한 이 제품은 보툴리눔 유래 펩타이드 성분을 함유했다. 이 성분은 지난해 말 국제화장품원료사전에 보툴리눔 유래 화장품 원료로는 최초 공식 등재된 뒤 동일한 한글 명칭으로 국내 화장품 원료집에도 이름을 올렸다. 화장품 원료로의 사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바르는 보톡스 화장품이다 보니 일부에선 안전성과 지속 사용 시 생길 수 있는 보톨리눔 내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보톡스 주사제를 몇 년에 걸쳐 맞은 경우에도 극히 일부에서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바르는 형태로 이용할 경우 실제 피부내로 침투되는 양은 적을 뿐만 아니라 주사와 달리 넓은 범위에 사용돼 항체로 인한 내성 발생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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