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늘고 식습관 서구화… 전립샘암 소리없이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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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암 발병률 5위… 증가율은 2위… 자각증상 없어 조기치료 기회 놓쳐
효과 좋은 엑스탄디 등 신약 잇달아… 한달 약값 500만원… 환자들 발동동

전립샘(전립선)암은 전립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항문을 통한 초음파검사로 전립샘암 진단을 받는 모습. 동아일보DB
전립샘(전립선)암은 전립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항문을 통한 초음파검사로 전립샘암 진단을 받는 모습. 동아일보DB
서울에 사는 안모 씨(73)는 잔뇨감(소변 뒤 개운하지 않은 느낌)과 요실금 증상으로 2011년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립샘(전립샘)암이 악화됐다는 것. 이후 안 씨는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시작했다. 전립샘암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가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었기 때문. 하지만 3년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 씨의 암은 다른 부위로 전이됐고, 하는 수 없이 말기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암제인 ‘도세탁셀’을 투여받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이어서 치료비 부담은 적었지만 독성이 강해 고통이 극심했다. 그러다 올 초 의사의 권유로 ‘엑스탄디’라는 새로운 항암제를 처방받아, 항암치료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또 생명 연장 효과도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한 달 약값만 400만∼500만 원의 고가(高價)여서 안 씨는 신약 치료를 최근 포기했다.

○ 급증하는 전립샘암, ‘소리 없는 암’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한국 남성들의 전립샘암 발병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전립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21만8000건의 암 가운데 전립샘암은 8952건으로 7위를 차지했다. 남성 암 가운데 5위였다.

특히 전립샘암은 최근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암 발생 증가율로는 전립샘암이 12.1%로 갑상샘암(갑상선암·25%)에 이어 2위였다. 전립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증식 속도가 느리고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소리 없는 암’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 효과 좋은 신약, 그러나 비용 부담 커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할 수 없는 전이성 전립샘암으로 진행된 이후에는 도세탁셀이라는 항암제가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였다. 평균 2개월 정도의 생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검증된 약이지만 항암치료로 인한 환자 고통이 극심한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엑스탄디, 제브타나, 자이티가 등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됐다. 도세탁셀 치료를 한 이후에 투여할 수 있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 신약들은 수명이 연장되는 기간도 도세탁셀에 비해 2∼3개월 더 길고,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도세탁셀을 제외한 모든 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월 400만∼500만 원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는 말기 전립샘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치료 효과 증대를 위해 엑스탄디 등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고승연 기자
#전립샘암#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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