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大 미래과학 콘서트]세포 사멸 연구분야 세계적 권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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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주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최의주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56·사진)는 세포 사멸 연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세포는 왜 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1990년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생화학·약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까지 세포의 생성과 사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세포가 외부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으면 이미 가지고 있던 ‘자살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최 교수는 그 신호가 어떻게 해서 전달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매나 파킨슨병, 퇴행성 뇌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등은 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반면에 암은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아 발병하는 것이다.

1996년 세포 사멸 과정을 연구하던 최 교수와 연구팀은 세포 사멸 및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인산화 요소가 세포 성장 억제인자에 의해 조절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곧이어 그는 세포 성장, 스트레스 반응, 세포 사멸 등 과정이 상호 연관성을 갖고 조절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유사분열물질-활성화단백질인산화효소(MAPK) 신호 전달계의 새로운 조절 기전을 비롯해 퇴행성뇌질환, 허혈성 질환, 암 등 질병과 세포 사멸의 연관성을 함께 연구했다. 이를 통해 이들 질병과 관련한 주요 유전자 및 단백질의 세포 사멸 조절기전을 제시했다.

이후 최 교수는 세포 사멸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요인으로 유전자, 단백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시아(CIIA)’ 단백질을 발견해 국제 특허도 출원했다. 특히 이 단백질은 암, 당뇨병 등의 발병기전을 조절할 수 있는 인자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최근 루게릭병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조절인자 단백질 ‘MST1’의 기능을 규명하기도 했다. 루게릭병은 대부분이 산발적 요인에 의해서 발병되지만 대표적인 루게릭병 유발 유전자인 ‘SOD1’의 변이가 어떻게 운동성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지에 대한 분자적 수준의 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질병 이해의 핵심이었다.

쥐를 통한 실험 결과 최 교수 연구팀은 루게릭병 환자의 척수 조직에서 세포사멸 촉진 단백질로 알려진 MST1이 활성화 된 것을 관찰했다. 또 이 현상은 SOD1 유전자 변이에 의한 산화적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나아가 루게릭병 모델 쥐에 MST1 유전자 결핍 마우스를 교차 교배시켜 세포 내 MST1 발현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운동성 신경세포가 사멸되는 과정과 행동장애가 개선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루게릭병 모델 쥐에서 나타나는 카스파아제의 활성화 및 자가포식도 억제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루게릭병 모델에서 MST1 활성화 기전도 규명했다. 정상 상태에서는 티오레독신 단백질이 MST1과 결합해 MST1의 동형접합 과정을 통해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한다.

그러나 루게릭병에 걸리면 MST1이 티오레독신 단백질로부터 유리돼 MST1의 동형접합 과정이 활성화된다. 연구팀은 현재 루게릭병을 포함한 퇴행성 신경계 치료제 개발 목적으로 MST1 활성억제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세포의 생장과 사멸에 깊은 관련이 있는 암은 최 교수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연구 분야다.

최 교수는 2001년 과학기술부의 한국과학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국가석학에 뽑혔다.

생명과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과학자들로 2001년 구성된 ‘패컬티 오브 1000(Faculty of 1000)’의 창립 멤버로 활동 중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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