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사업단’ 이끌고 있는 김경진 서울대 교수 “신경계 희귀유전질환 약물 개발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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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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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뇌 연구에서 2003년은 상징적인 해다. 정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사업단’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내년 3월이면 10년이 되는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경진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사진)은 “사업단의 가장 큰 역할은 뇌 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한 것”이라며 “매년 1500여 편의 뇌 관련 논문이 발표되는데 이 중 100편 정도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거나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조직에 쌓여 신경세포 간의 신호 교환을 차단해 생기는 치매(알츠하이머병)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11% 정도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단장은 “앞으로는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 치매가 될 것”이라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가 치매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임상 3상까지 갔다가도 실패하는 등 아직 성공한 약물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밝혀진 치매 관련 유전자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치매와 함께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 정복은 치매보다 희망적이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도파민’이라는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죽어가면서 생긴다. 그는 “파킨슨병은 신경줄기세포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만큼 10년 내에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며 “사업단에서도 파킨슨병, 뇌중풍 등을 치료하는 후보물질 10여 종을 개발해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국내 뇌 연구 분야는 전략적으로 ‘특수질환 약물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매 파킨슨병 등 다국적 제약회사가 선점하고 있는 질환보다는 미개척 분야인 신경계 희귀유전질환 등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 김 단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이 적은 이스라엘도 특수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사업단의 10년 경험을 통해 국내 뇌 연구 기반이 일정 수준 갖춰진 만큼 앞으로는 틈새시장을 겨냥해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김경진 서울대 교수#뇌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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