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재난현장 손금보듯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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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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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항공우주센터 전파기술硏의 영상레이더 위성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영상레이더 위성 ‘테라사르익스’와 ‘탄뎀익스’를 이용해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3월 12일 일본 센다이 만 히가시마쓰시마 공항 근처를 촬영해 3월 15일 공개한 사진. 피해 유형별로 색을 달리 표현했다. 파란색은 쓰나미로 홍수 피해를, 붉은색은 진흙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DLR 제공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영상레이더 위성 ‘테라사르익스’와 ‘탄뎀익스’를 이용해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3월 12일 일본 센다이 만 히가시마쓰시마 공항 근처를 촬영해 3월 15일 공개한 사진. 피해 유형별로 색을 달리 표현했다. 파란색은 쓰나미로 홍수 피해를, 붉은색은 진흙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DLR 제공

독일 뮌헨 시내에서 서쪽으로 25km 떨어진 작은 마을 오버파펜호펜. 이곳엔 독일 항공우주산업의 사령부에 해당하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의 전파 및 레이더기술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센터가 제작하는 위성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영상레이더 기술을 연구한다.

지난달 26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연구소 한쪽에 자리 잡은 위성위기정보센터는 비상상황이었다. 연구원들은 지도와 숫자가 빼곡하게 들어찬 모니터를 보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23일 발생한 터키 동부 지진 현장의 약 500km 상공에서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지도 위에 입히는 작업이다. 한시라도 빨리 제작해 터키에 전달해야 복구도 속도를 낼 수 있다.

○ 24시간 ‘풀가동’ 영상레이더 위성

DLR 위성과 통신을 하면서 궤도를 추적하는 관제센터 내부.
DLR 위성과 통신을 하면서 궤도를 추적하는 관제센터 내부.
작업 중인 화면으로 눈길이 갔다.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이 뒤섞여 얼룩덜룩했다. 헨드리크 츠벤츠너 민간위기 및 지질위해과장은 “광학 위성과 영상레이더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컬러 사진은 광학카메라가, 흑백 사진은 영상레이더가 촬영한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훑는 인공위성의 ‘눈’은 광학카메라와 영상레이더 등 두 가지다. 광학카메라를 탑재한 위성은 디지털카메라처럼 지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찍는다. 사진이 총천연색으로 나오고 해상도도 높다.

이에 비해 영상레이더 위성은 안테나로 전파를 쏜 뒤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 신호를 영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흑백으로만 나오며 해상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밤이든 낮이든,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만프레트 칭크 위성영상레이더연구본부장은 “광학 위성에 비해 재난 현장을 신속하게 촬영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DLR의 대표적인 영상레이더 위성은 테라사르익스(TerraSAR-X)다. 테라사르익스는 올해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현장을 즉시 포착했고 센터는 다음 날 ‘쓰나미 지도’를 만들어 발표했다. 물에 잠긴 부분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영상레이더 덕분이다. 여기에 미국의 광학 위성인 월드뷰2로부터 받은 정보를 결합하자 쓰나미 전후 상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지도가 탄생했다. 센터는 3일 뒤인 15일, 3차원 고도분석이 가능한 영상레이더 위성 탄뎀익스(TanDEM-X)의 촬영정보를 결합해 물에 잠긴 지역과 진흙으로 덮인 지역, 건물 파손 지역 등을 분석한 지도를 다시 공개했다.

○ 해상도 높이면 배 종류까지 구분

센터는 영상레이더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영상레이더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테라사르익스의 해상도는 약 500km 상공에서 가로세로 1m 정도의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말∼내년 초 발사 예정인 영상레이더 위성 아리랑 5호와 같다. 센터가 2016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테라사르익스2는 25∼50cm 크기의 물체를 정밀하게 볼 수 있도록 해상도를 높였다. 미국이 개발 중인 최고 해상도급 광학위성 지오아이2와 비슷하다. 센터와 함께 테라사르익스2를 공동 개발하는 민간 항공우주기업 아스트리움의 크리스토프 헤르 전파시스템공학부장은 “영상레이더의 해상도를 높이는 핵심 부품은 거의 개발했다”며 “테라사르익스2는 바다에 떠 있는 배의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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