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硏, 남극운석 117개 추가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제2남극기지 예정지 주변서 伊와 공동탐사 성과
빙하흐름 막는 지형 덕분… 발견 운석수 세계5위

이종익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수집용 집게로 남극운석을 집으려 한다. 운석은 생물체와 접촉하지 않아야 연구용 시료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절대 맨손으로 잡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이번 탐사에 서 발견된 가장 큰 운석으로 무게가 500g이 넘는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이종익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수집용 집게로 남극운석을 집으려 한다. 운석은 생물체와 접촉하지 않아야 연구용 시료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절대 맨손으로 잡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이번 탐사에 서 발견된 가장 큰 운석으로 무게가 500g이 넘는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오랜 시간 깨끗하게 보존된 운석입니다. 수집하는 순간에 사람의 손때(유기물)가 묻으면 안 되죠.”

제2남극기지인 장보고기지 건설 예정지 200여 km 주변에서 남극운석 117개가 대거 발견됐다. 이 운석을 시료채취용 집게로 일일이 채집한 이종익 극지연구소 극지지구시스템연구부 책임연구원은 10일 “남극운석에 있는 유기물은 지구 밖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주생물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남극 빅토리아랜드에서 이탈리아 연구진과 공동으로 운석 탐사를 진행해 남극운석을 다량 발견했다. 빅토리아랜드는 장보고기지 건설 예정지인 테라노바 만 안쪽의 대륙으로 기지를 중심으로 500여 km 펼쳐져 있다.

운석탐사팀은 운석이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빅토리아랜드 프런티어마운틴에서만 112개를 발견했다. 프런티어마운틴은 장보고기지에서 230km 떨어진 곳으로 빙하의 흐름이 차단되는 산맥이 있어 운석이 모이기 쉽다. 남극운석은 설원에 떨어진 뒤 빙하에 묻혀 서서히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운석을 나르는 빙하는 산맥을 만나면 더는 움직이지 못하거나 돌아나가며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때 운석이 쌓인다.

탐사팀이 이번에 다량의 운석을 발견한 곳은 프런티어마운틴의 후면부로 빙하가 돌아나가다 운석을 내려놓고 간 곳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대개 빙하 위에는 1∼1.5m 두께로 눈이 쌓여 있는데 프런티어마운틴 후면부는 산맥을 타고 흐르는 ‘남극활강풍’이 강해 눈이 깎여 나갔다”며 “강한 바람이 운석을 한군데로 몰아 더욱 운석을 찾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에서 발견된 남극운석 5개는 장보고기지가 건설된 뒤 본격적인 운석 탐사를 진행하게 될 답사지에서 발견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4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의 성과로는 기대 이상이었다”며 “장보고기지가 건설되면 운석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극은 운석의 보물창고로 세계에서 수집된 운석의 80%인 4만여 점이 발견됐지만 이제껏 우리나라가 발견한 남극운석은 세 차례 탐사에서 29점에 불과했다.

운석은 우주생물 연구 외에도 지구의 암석과 달리 생성 당시 상태에서 거의 변하지 않아 태양계의 진화나 행성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극지연은 이번에 발견한 운석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산소동위원소를 측정하는 등 정밀 분석해 이탈리아 연구진과 공동으로 올해 7월 국제운석학회에 등록할 계획이다. 또 확보한 운석의 절반을 이탈리아 측에 전달한 뒤 국내외 과학자에게 연구용 시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발견한 남극운석은 총 146개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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