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한국을 부국으로 만든 과학기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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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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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한국 과학 나눔’ 행사

박항식 교과부 과학기술정책기획관
박항식 교과부 과학기술정책기획관
“한국의 과학 기적을 배우고 싶습니다. 도대체 50년 만에 이렇게 과학기술이 발전한 비결이 뭔가요?”

한국의 과학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과학 나눔’ 행사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7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유네스코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가 연 ‘고위 정책전문가를 위한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에는 27개국에서 70명의 정책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 개도국, “한국 과학을 벤치마킹하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유네스코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한 ‘고위 정책전문가를 위한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서 마게드 엘셰르비니 이집트 고등교육과학연구부 차관이 질문하고 있다. 카이로=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유네스코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한 ‘고위 정책전문가를 위한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서 마게드 엘셰르비니 이집트 고등교육과학연구부 차관이 질문하고 있다. 카이로=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참가자들은 “한국은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수딘 투기만 ISTIC 국장은 “선진국은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다”며 “한국을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바꾼 과학기술 노하우를 많은 국가가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대기업의 기술 역량에 관심이 많았다. 행사 기간 가장 많이 나온 단체 이름도 연구소나 대학이 아니라 삼성, 현대, LG였다.

행사 내내 개도국의 전문가들은 자국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많이 꼽힌 것은 부족한 자금과 인적 자원, 정부 시스템, 열악한 인프라와 시장 등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마게드 엘셰르비니 이집트 고등교육과학연구부 차관은 “사실 한국이 하는 것들은 우리도 많이 하고 있다”며 “문제는 열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 글로벌 리더십 키워야

이준승 KISTEP 원장
이준승 KISTEP 원장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기획관은 두 번의 강연을 통해 한국의 4가지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교육을 통해 고급 인적자원을 기르고, 정부출연연구소로 이들을 유입했으며, 꾸준하게 정부 주도의 R&D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기업의 R&D 투자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치와 과학도 주요 토론사항이었다. 엘셰르비니 차관은 “잘 알려진 박정희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통령은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며 “리더의 역할과 정치적 안정이 과학기술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돈이 적을수록 현명하게 써야 한다”며 “한국의 R&D 투자 기획과 평가 노하우를 꼭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고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2009년 시작한 이번 행사는 KISTEP과 ISTIC가 매년 6만 달러씩 투자해 2013년까지 연다. 참가자들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열 정도로 성장한 한국에 앞으로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준승 KISTEP 원장은 “한국은 처음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됐지만 돈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가 과학기술 같은 재능 기부를 통해 개도국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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