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선진국을 향해] ‘살아있는 보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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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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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효소 추출 ‘슈도알테르모나스’균… 바이오디젤 추출 ‘클라미도모나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이달 10일 남극으로 214일간의 장기 항해를 떠났다. 남극 첫 탐사 88일, 북극 57일보다 훨씬 길다. 아라온호는 11월 1일 남극 세종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남극에 머물면서 수차례에 걸쳐 연구자 169명을 태우고 과학 탐사를 벌인다.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소속 연구원 6명도 함께한다. 남극에서 ‘살아있는 보물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해빙에서 얼음 기둥을 채취해 실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분비하는 미생물을 찾는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해빙에서 얼음 기둥을 채취해 실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분비하는 미생물을 찾는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남극의 기온은 영하 55도∼영하 2도를 오르내린다. 바람도 초속 8m에서 50m까지 부는 등 혹독하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도 독특한 생존비법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다. 2003년 남극 세종기지 앞 해안에서 발견한 ‘슈도알테르모나스’ 균주가 대표적이다. 이 생물은 단백질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살아간다. 저온에서도 활성을 띠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덕규 극지연 선임연구원은 슈도알테르모나스의 저온활성효소를 이용해 차가운 물에서도 세탁이 잘되는 세제를 개발하고 있다.

슈도알테르모나스의 단백질 분해 능력은 다른 효소보다 뛰어나다. 10도에서 효소 세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과 비교할 때 효소의 활성도가 5배나 높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슈도알테르모나스는 생명공학연구용 효소로도 개발되고 있다. DNA나 RNA를 분류할 때 붙어있는 단백질을 떼어내는 용도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난 40년 동안 DNA를 분리하는 데 고가의 효소를 사용했다”며 “슈도알테르모나스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극에서도 살아있는 보물을 찾았다. 최한구 극지연 책임연구원은 2008년 북극해에서 채집한 클라미도모나스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클라미도모나스는 사계절 온도 차가 심한 우리나라 환경에 특히 유리하다”며 “생장 속도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 극지 미생물보다 10배 이상 빠르다”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클라미도모나스의 지질 성분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도 발견됐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작은 미세조류에서 식품과 에너지원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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